정치일반
들끓는 대구, “이젠 더는 박근혜 못 믿겄다. 지지도 거둬버릴라 칸다”
뉴스종합| 2016-10-27 10:23
[대구 = 손수용 기자, 김상수ㆍ유은수 기자]“이젠 더는 박근혜 못 믿겄다. 지지도 거둬버릴라고 칸다.”

지난 26일 대구시 달성공원. 백발의 박모(74) 씨는 선거 때마다 누가 나오든 ’1번’만 찍었다고 했다. 그랬던 박 씨가 이제 고개를 돌렸다. 한숨인지 분통인지 박 씨는 큰 숨을 내쉬었다. 


대구마저 흔들린다.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대통령 ‘심장부’인 대구조차 분노케 했다.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린 이들은 배신감에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의 대구ㆍ경북 지지율은 일주일 만에 9.7%p 폭락했다.

대구 달성공원을 향하는 택시 기사는 서울에서 왔다는 기자에게 손부터 내저었다. “그곳 어르신들은 아직도 박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을 텐데 사서 고생하지 마소.” 대구 노년층의 박 대통령 지지는 그 어떤 일이 터져도 확고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택시 기사의 한숨은 ‘기우’였다. 대구 달성, 그 안에서도 박 대통령 지지가 가장 굳건한 노년층마저도 ‘최순실 게이트’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박 씨는 “개인이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게 어떻게 나라라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 씨 옆에서 한참을 지켜보던 김 모(84) 노인도 “아무리 대구이지만 이젠 무조건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을 보탰다. 그는 “철석같이 믿었던 오랜 친구에게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래도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인데, 도중에 끌어내리는 건….” 분노와 애증이 뒤섞인, 복잡한 심정이 읽혔다.

그래도 박 대통령을 지지하겠다는 노년층 역시 있었다. 6ㆍ25 참전용사라는 김 모(87) 씨는 “국민을 위해 여러 의견을 듣던 중 발생한 실수 아니냐”며 “물론 잘한 일이라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고 박 대통령을 두둔했다. 이 모(75) 씨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2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26일 17.5%까지 내려앉았다. 대구ㆍ경북 지지율 하락도 주된 이유다. 대구ㆍ경북은 전주 대비 9.7%p가 하락, 35.4%를 기록했다. 전국 지지율보단 여전히 높지만, 대구ㆍ경북에서 ‘40%대 콘크리트 지지율’이 붕괴됐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구 지역 의원들이 느끼는 민심의 분노도 여야가 없었다. 정태옥 새누리당 의원은 “이 사태 전만 해도 ‘대통령 불쌍하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이젠 다들 망연자실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의원은 “‘앞으로 새누리당은 없다’, ‘이게 무슨 대한민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냐’는 식의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구 시민들이 간절한 음성으로 ‘대통령이야 끝난 것과 다름 없다’고 토로한다”고 했고, 홍의락 무소속 의원은 “대구 민심이 국가 걱정을 많이 한다. 길이 안보인다는 우려가 많다”고 전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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