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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파문 촛불집회] “‘20만 촛불ㆍ분노 속 질서’, 靑은 보았는가”
뉴스종합| 2016-11-06 08:41
-분노 컸지만 빛나는 시민의식...이후 시위 주목

-“아이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

-부모, 아기 업고 촛불시위도…경찰 추산은 5만

-“화가 나 못참겠다. 박근혜 퇴진”…분노 함성도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민심은 무서웠고, 용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민초들의 마음은 분노로 가득찼다. 20만명(주최측 추산ㆍ경찰 추산은 5만명)이 광화문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3개월짜리 아기 손에도 촛불이 쥐어졌다.

시민들은 지난 5일 오후 ‘비선 실세’ 최순실(60ㆍ여ㆍ최서원으로 개명) 씨 관련 의혹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2차 주말 도심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분노 속에 “못 참겠다”, “갈아 엎자”, “박근혜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금은 국가적 위기로, 대통령의 하야만이 해법”이라고 분노의 함성을 쏟아냈다.

주최 측도 놀랄만큼, 예상 밖의 열기였다. 당초 주최 측은 2만~5만명 정도를 예상했다. 최대 열배 가까이 참여한 것이다. 주최 측은 “원래 시민단체 주축이라 이렇게까지 열기를 뿜을 줄 몰랐는데, ‘현장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며 분노한 많은 시민들이 알음알음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이 인원이 크게 늘어난 요인 같다”고 했다. 주최 측은 “그만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성난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촛불집회를 청와대에선 주시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부분 청와대에 나와 촛불 현장 상황 파악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거센 민심을 확인한 박 대통령으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 수정 관련 1차 사과를 했고, 김병준 총리 지명후 2차 대국민 사과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촛불집회가 대규모 인파로 이뤄지면서 박 대통령이 ‘3차 결심’을 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코너에 몰렸다는 분석이 강하다. 
 

이날 촛불집회는 어린이, 중ㆍ고교생 등 가족들과 함께 참가한 일반 시민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경기 부천에서 자녀들과 함께 왔다는 김영석(43) 씨는 “‘최순실 사태’에 아이들에게 창피했다”며 “이런 나라를 아이들에게 물러주기 싫어서 초등학교 1학년, 다섯 살 두 아이와 같이 나왔다”고 했다. 경기 고양(일산)에서 가족들과 온 김용인(55) 씨는 “박근혜 정권이 이렇게 될 거라고 예측은 했는데 바꿀 수가 없었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나서 아이들하고 아이들 친구하고 같이 올라왔다”고 했다.

23개월 된 딸을 유모차를 태우고 행진한 장모(35) 씨와 안모(35ㆍ여) 씨 부부는 “아이가 이 시간에 밖에 나오는 것이 처음”이라며 “이 역사적인 순간에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그때 뭘 했냐‘고 물었을때 떳떳하기 위해서 이렇게 나왔다. 집회 참석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상진(44)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년간 한 것들이 너무 화가 나서 이제 세 살 된 딸과 같이 왔다”고 했다.

난생 처음 집회에 참석한다는 임상호(70) 씨는 “오늘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서 울산에서 오전 11시에 KTX 차 타고 올라왔다”며 “제일 화가 난 것은 이성적이지 못한 대통령에게 우리가 권력을 위임했고, 몇몇 사람들의 농단에 온나라가놀아났다는 것”이라고 했다. 
 

오후 5시50분께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우리가 주인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범죄자는 퇴진하라/ 박근혜가 몸통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을 시작했다. 오후 6시15분께에는 종로3사에서 좌회전하지 않고 애초 동선인 을지로3가쪽으로 행진 선두가 우회전했다. 법원이 지난 4일 참여연대가 청구한 ‘금지통고 집행정지’ 신청을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데 따라 이를 존중한 것이다. 같은 날 경찰은 “행진 경로인 세종대로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주요 도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행진 금지 통고를 내린 바 있다.

행진은 경찰 측과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끝났다.

참가자들은 신고된 코스(3.7㎞ㆍ광화문우체국→종로3가→을지로3가→시청→대한문→일민미술관)를 다 돌지 않고 중도에 을지로3가에서 명동으로 바로 진입, 남대문으로 빠져나와 시청을 거쳐 다시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오후 7시40분께부터 2부 행사로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그 열기는 그대로 청와대에 전해졌다.

jin1@heraldcorp.com



<사진1> 촛불 집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5만여명(주최 측 추산 20만여명)이 모였다. 사진은 촛불 집회에 앞서 광화문광장에 몰려든 인파들.



<사진2> 5일 오후 열린 촛불집회에서 딸과 함께한 한 시민이 집회에 참석,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3> 촛불집회가 열리면서 인근 노점상도 대목을 맞았다. 한 노점상 주인은 “계산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주말보다 매상이 2배는 올랐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은 광화문광장 인근 한 노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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