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김병준 카드’ 끝내 철회…국정수습 실마리 풀렸다(종합)
뉴스종합| 2016-11-08 13:55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지명을 결국 철회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수습을 위해 전격적으로 발탁한지 엿새 만이다.

8일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김 내정자 지명 철회와 함께 국정 안정화를 위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날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서 야당 원내대표들과 면담은 불발됐지만 정 의장이 국회의 수장인 만큼 진솔한 대화를 통해 국회의 뜻을 수용하겠단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국회의 뜻을 수용한다는 건 차기 총리를 여야가 합의해 추천하면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실상 야권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야권에 앞으로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김병준 카드’를 엿새 만에 접은 것은 국정수습 방안으로 내민 인적쇄신안이 오히려 국정 난맥의 상징이 되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이상의 파국은 안된다는 의지다.

내정 이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출근하던 김 내정자는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김 내정자는 국민대학교로 갔다. 김 내정자는 현재 국민대 사회과학대학 행정정책학부 교수다. 김 내정자는 강의를 마치고 이날 오후에는 내정자 사무실로 출근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김 내정자 지명을 철회함으로써 제자리만 맴돌던 정국 해법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청와대는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입장이었고 야권은 김 내정자 지명 철회 없이는 만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 서로 공을 주고 받은 셈이다. 김 내정자 역시 전날 “여ㆍ야ㆍ청이 합의로 총리 후보를 내면 저의 존재는 없어지는 것”이라며 스스로 공을 떠안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출구전략을 택하면서 국회는 빠르게 국정 정상화를 책임질 총리를 물색하는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로 총리가 확정되면 국정을 사실상 주도하며 자연스레 야권이 요구해온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박 대통령은 물론 국회와 김 내정자 모두 이번 총리 인선을 놓고 적잖은 상처를 입었단 점에서 후유증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사죄의 뜻을 명백히 했지만 동시에 국정 주도권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김 내정자 지명 철회는 결국 야권과 국민의 비난에 밀려 완패를 시인한 셈이다. 대통령의 백기를 받아든 야권 역시 향후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됐다. 국정혼란만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김 내정자를 능가하는 인물을 하루빨리 내세워야 한다.

누구보다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건 김 내정자 본인이다. 그는 눈물로 국정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을 호소했지만 결국 국회의 높은 벽에 가로막혔다. 위기론과 상황론만 앞세우다 국민의 요구를 정확히 꿰뚫지 못한 것이다. 수많은 비난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총리가 돼 역할을 하겠다는 김 내정자는 결국 자신이 사라지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씁쓸한 현실만 떠안게 됐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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