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반
“한국인 고운 심성에 눌러산 지 25년”
라이프| 2016-11-09 11:35
1991년 왔을때 배려·情의 문화 감동
친절은 존경심 갖고 자주 웃는 것
한국인들 ‘먼저 다가가기’엔 서툴러…




나는 오랜 기간 한국에서 살며 이곳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 광화문과 인사동에서 한복 입고 웃는 젊은이들, 신명난 길거리 사물놀이, 민속촌에서 떠나는 과거로의 여행, 봉은사에서 느끼는 도심 속 평온, 모두 내가 느끼는 한국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나를 한국에 20년 넘게 붙들어 놓은 것은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씨였다. 1991년 한국에 처음 왔을때 젓가락 사용이 서툴던 나를 도와주던 분, 나에게 편하게 앉아 식사하는 팁을 알려준 젊은이 등의 밝은 모습이 주마등 처럼 스쳐간다. 사소하다 할지 몰라도, 받는 사람은 큰 배려로 느낀다.

퇴근후 직원들과 갈비에다 소주 한 잔으로 정담을 나누면서 더욱 사우애가 깊어지는 회식 문화도 너무 좋았다. 배려와 친절은 한국을 더 사랑하게 만들었고, 나를 떠나지 못하게 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친절이란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표시다. 호텔 총지배인으로서 생각하는 ‘친절’의 조건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갖고 자주 웃는 것이다.

아울러 적게 말하고 상대방의 말을 더 많이 듣는 것, 나이가 많든 적든 본인이 가진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 역시 친절의 핵심가치이다.

한국인 대부분은 타인에게 도움과 친절을 베푸려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먼저 다가가기’는 조금 서툰 것 같다. 그래서 한국방문위원회가 추진하는 ‘K스마일’ 환대 캠페인은 잠재돼 있던 한국인의 고운 심성을 밖으로 꺼내게 함으로써, 온 국민이 친절을 실천토록 하는 마중물이다.

그랜드 힐튼 서울은 외항사 승무원 뿐 만 아니라 국적과 직업이 다양한 다수의 외국인 고객들이 투숙하는 곳이다. 나와 우리 직원들도 K스마일의 참뜻을 알기에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얼마 전 언어 및 청각장애가 있는 한 외국인 손님이 프론트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120㏈ 이상의 특수 헤드폰을 사고 싶다고 문의한 적이 있었다. 그 직원은 본인도 잘 몰랐을 것인데 근무 외 시간을 내어 손님과 용산 전자상가로 향했다. 상가를 돌며 모든 제품의 테스트와 통역을 도운 그의 스토리를 접한 나는 큰 감명을 받았다. 업무를 마친 뒤라 본인도 많이 고단했을텐데 상대방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해 고객감동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K스마일’의 좋은 사례라 여겨진다.

최근 나의 동료 4명이 ’관광의 날‘ 시상식에서 장관상, 관광공사 사장상, 관광협회 회장상 등 4관왕에 올랐다. 대가를 바라고 열심히 한 것은 아니고 주어진 소명을 실천했던 그들이다. 동료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화려한 호텔을 만드는 것은 건축가의 역할이고, 잊지 못할 호텔로 만드는 건 직원들의 역할이듯, 국가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그 나라의 국민들이다. 한국을 아끼는 외국인의 한 명으로서,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따뜻한 정서와 진심 어린 친절을 알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번하드 브렌더 (Bernhard Brender)

그랜드힐튼 서울 총지배인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