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단독][미국의 선택 트럼프] 개원 5개월 반 국회, ‘한-미 의원외교 채널’ 구성도 못했다
뉴스종합| 2016-11-10 10:00
-트럼프 쇼크 대비 시급한데…정쟁만 벌이가 허송세월

-국회 차원 ‘한-미 외교채널’ 내년 이후에나 구성 전망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선 승리로 세계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우리 국회는 20대 개원 5개월 반(165일)이 지나도록 ‘한-미 의원외교 채널’조차 구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야가 원(院) 구성 초기부터 정쟁에만 몰두하며 미국 대선 변수에 대한 고민과 의회외교의 중요성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외교의 불확실성을 키운 셈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가 공식 운영 중인 ‘의회외교단체’는 단 한 명의 구성원도 없이 모두 공석인 상태다.

의회외교단체는 ▷의원외교협의회 ▷의원친선협회 ▷한ㆍ중의회정기교류체제 등 세 분류로 나뉜다. 의원외교협의회는 주요국 의회와 지속해서 현안을 논의하며 우리 이익을 제고하는 최중요 전문단체다.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유럽연합(EU) 등 4대 주요국이 대상이다. 의원친선협회는 친선활동을 통한 상호이해 증진을, 한ㆍ중의회정기교류체제는 대중(對中) 외교를 목적으로 한다.

원 구성 당시인 6월부터 의원외교협의회를 구성해 트럼프 캠프와의 ‘파이프라인(pipeline)’을 만들어뒀더라면 그의 당선으로 인한 쇼크 대비는 물론,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상ㆍ하원)와의 교류도 신속히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정치권에서 트럼프와 직접 접촉해 본 인사는 8년 전 인천시 투자유치차 뉴욕을 찾은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이 유일하다.


20대 국회 개원 당시부터 무한 반복된 여야의 정쟁과 각 당의 내홍이 의회외교의 발목을 잡은 주범으로 지목된다.

의원외교협의회는 국회의 공식 외교채널이므로 상임위원회를 구성할 때처럼 여야 간 협상과 인원 배분, 구성원 추천 과정을 거친다. 회장과 부회장, 간사 등 임원도 뽑아야 한다. 그러나 개원 초기부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둘러싼 논쟁, 각 당 주류와 비주류의 당권 다툼 등이 불거지며 의원외교협의회 구성을 위한 여야 논의는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취임 초기부터 의회 차원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차례 여야 원내지도부에 ‘의원외교협의회 구성을 서둘러 달라’고 당부했지만, 각 당의 내부 사정이 달라 협상 착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실제 정 의장은 지난 9월 초 여야 원내대표와 오른 방미(訪美) 길에서도 의원외교협의회의 신속한 구성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현재도 ‘최순실 게이트’는 물론, 새누리당 지도부 사퇴를 둘러싼 다툼 등 정치권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아마도 의원외교협의회가 해를 넘겨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여야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국회 의원연구단체 총 64곳 중에서도 한-미 관계를 연구 주제로 삼는 단체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트럼프 쇼크 대응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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