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누님으로 부르는 사이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고민할 이유가 없었죠.”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54, 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는 15일 박 대통령 변호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답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를 못한다”며 “선의로 추진했던 일이었고 긍정적 효과 또한 적지 않아 이런 일이 일어나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박 대통령의 심정을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여러 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유 변호사 1명만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 변호사는 대표적인 ‘원외 친박’ 인사로 꼽힌다. 스스로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사석에서 박 대통령을 ‘누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다고 한다.
1962년 경북 의성 출신인 유 변호사는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사법시험(34회)에 합격해 사법연수원(24기)을 거쳐 1995년 창원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청주지검, 인천지검, 서울지검 북부지청(현 서울북부지검)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으나 2003년 나이트클럽 사장에게 향응을 받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검사직을 사임했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은 2004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로 경기 군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하지만 당시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선수들끼리 말 돌리지 말자’, ‘박근혜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해 깊은 인상을 남긴 일화로 유명하다.
2005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유 변호사를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했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그를 경선 캠프 법률지원단장으로 선임해 당시 상대후보였던 이명박 후보가 제기한 최태민 씨 관련 의혹을 적극 방어하도록 했다. 유변호사는 당시 BBK 의혹을 파헤치는 등 이명박 후보의 네거티브 검증 작업을 주도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던 2010년엔 유 변호사에게 자신의 법률특보를 맡도록 했고, 2012년 대선 때는 대선 캠프 조직부본부장으로 기용하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18대, 19대 총선에 계속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그때 마다 박 대통령이 선거 사무실을 방문하거나 지원유세에 나서는 등 친분을 과시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았다. 올 4·13 총선서 서울 송파을에 ‘단수’ 후보로 출마해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직인찍기를 거부한 소위 ‘옥새(玉璽) 투쟁’으로 유 변호사는 결국 공천을 받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8년 유 변호사에 대해 “저와 오랫동안 생각과 뜻을 같이해온 동반자로,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신뢰하는 분”이라고 말해 높은 신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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