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인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트럼프 감세정책 美 기업들 도약기회”
뉴스종합| 2016-11-21 05:46
“우리 기업들 보호무역 정책 적극 대응해 기회요인 발굴해야”
“4차산업혁명 지금부터 준비하고 연습하면 3∼5년 뒤 큰 성과”
“지주사 설립은 경영권 방어용…경영승계는 때 되면 자연스럽게”




“트럼프정부가 들어서서 보호무역을 통해 미국이 제조업 회복하려고 한다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지금처럼 글로벌화된 상황에서 보호무역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서플라이체인(SC)이 무너진 미국의 상황을 잘 활용하면 나쁠 것도 없다. 미국 내 직접 진출 등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성기학(69) 영원무역 회장(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이 트럼프 당선인 관련 이런 견해를 밝혔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최근 서울 대치동 섬유산업연합회에서 본지와 만나 국제 정세, 경제전망, 자사경영문제 등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들려줬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트럼프체제와 보호무역 기조에 적극 대응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산이 유력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해서도 “별로 손해볼 게 없다”고 했다. 상황변화에 따라 한·중·일 FTA나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한·중미 FTA 등 다른 대안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TPP가 체결될 경우 이미 동·서남아시아로 진출한 국내 섬유·패션 기업들이 수출상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됐었다. 영원무역은 중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엘살바도르 등에 대규모 의류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북미로 수출하는 3각 무역을 하는 업체다. 미국법인도 있다.

성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트럼프 당선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TPP 폐기가 예상된다면 다른 기회를 찾아야 한다. 바로 시장을 더 멀리 보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트럼프정부의 정책을 지켜보면서 미국 시장으로 직접 들어가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수입액이 보호무역 조치로 몇 달만에 줄어들 수는 없다. 그 기간에 준비하면 되는 것”이라며 “미국 가서 공장 차릴 수도 있지 않겠나. 미국으로서도 서플라이체인 회복시키는 일이므로 반기게 된다”고도 했다. 실제 삼성전자가 발빠르게 미국 내에 가전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 회장은 1년의 절반을 미국, 동남아 등 해외에서 보낸다. 해외법인 경영과 비즈니스 파트너와 만남이 많은 때문이다. 해외 이동은 거의 심야시간을 이용, 기내에서 잠을 보충하는 ‘강행군’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세방침에 대해서는 특히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이 아닌 법인에 세금을 매기는 탓에 갖은 방법의 전가와 회피가 발생하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게 법인세다. 우리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것과 정반대다. 

성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전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것은 정책화 과정에서 많이 순화, 조정될 것이라는 의미”라며 “감세정책은 미국 기업들에 큰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그만큼 투자를 늘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또 “사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 방향을 종잡을 수 있다. 조금 두고 보면 더 분명해진다”면서 트럼프체제가 예상 외의 방향으로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성 회장은 대학 졸업 후 서울통상(당시 가발·스웨터 수출 대기업)을 2년 다니다 1974년 영원무역을 설립했다. 만 42년을 섬유·의류 제조 및 수출, 아웃도어사업에 종사해온 것이다. ‘노스페이스‘ 유통도 그 중 하나다. 

총매출 2조원 규모의 회사로 키우기까지 시련과 고난이 적지 않았다. 그 덕에 세상에 대한 통찰력, 긍정적 시각도 갖게 됐다. 특히, 1991년 방글라데시의 초대형 사이클론(태풍)이 일으킨 집중호우 및 해일로 새로 지은 공장이 완전히 침수됐다. 기계설비는 말할 것도 없고 원단, 완제품도 모두 진흙탕에 젖어 못쓰게 됐다. 당시로는 큰 액수인 600만달러의 금전손실은 물론 납기를 맞추지 못해 입은 피해도 컸다.

“지난 40년간 자유무역이 증진돼 더 글로벌화된 세계가 만들어져 왔다. 그러나 소화에 시간이 걸리듯 앞으로 10~15년은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등이 보여주듯 그런 발전이 후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항상 발전만 있는 게 아니다. 42년 사업을 하면서 겪고 봐 왔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몰입(commitment) 및 교육훈련의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맨손으로 시작해 무엇을 일궈내는데 익숙한 개발시대 주역다운 자신감이 묻어났다. 

성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와 연습이 안 돼 있다. 관련 산업도 아직 그렇다. 일단 전 산업이 합심해 교육을 받고 노력을 기울여야될 문제”라며 “향후 3∼5년 열심히 준비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가정신의 쇠퇴와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역설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청년들이 공무원 한다고 난리라는데 기업가정신은 떠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 한번 해봐라. 높은 고정비용, 원청회사와의 어려움, 노사문제, 금융비용 부담에다 세계시장의 리스크 등 견디기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 제조업 혹은 기업을 창업하기 보다는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게 누적돼서 생긴 현상이다. 제조업을 기피하니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수가 있겠나.”

지주회사 전환과 경영승계에 대해선 “자연히 해결돼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2009년 영원무역을 인적분할해 남겨진 회사다. 성 회장은 딸만 셋 뒀다. 딸들이 이미 회사 경영에 참가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전 성 회장의 영원무역 보유지분은 9.15%에서 전환 후 영원무역홀딩스(구 영원무역) 지분은 16.94%로 늘어났다.

그는 “당시 국내는 흑기사니 백기사니 하면서 적대적 M&A 문제로 시끄러웠다. 경영승계 목적이라기 보단 안정적 지분을 갖고 경영하기 위해 지주사를 만들었다”며 “이후 지배구조는 더 명확해졌다. 경영승계는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하다가 좋은 방법이 찾아지는 것이지 그게 목적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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