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탄핵에 신중한 입장을 거듭해왔다.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이유다. 최장 6개월이 걸리는 심의 기간이나 새누리당 의원까지 동참해야 하는 국회 통과 절차, 보수적인 헌법재판소의 판결 여부 등이 거론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겪은 ‘탄핵 역풍’도 배경으로 꼽혔다.
특히나 탄핵이 장기전으로 가게 되면 보수층이 재결집할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다는 위기가 팽배했다. 역으로, 박 대통령이 끝까지 2선후퇴를 거부하며 탄핵을 최후의 승부수로 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는 야권이나 박 대통령 모두 ‘시간이 흐르면 민심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반한다. 박 대통령은 기대감을, 야권은 불안감을 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물론, 야권에도 민심을 읽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는 까닭이다.
여론조사 추이에도 야권을 바라보는 민심을 엿볼 수 있다. 21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정의당ㆍ국민의당ㆍ민주당은 각각 전주 대비 1.7%포인트 상승ㆍ1.2%포인트 상승ㆍ1.5%포인트 하락했다. 가장 먼저 탄핵을 주장했던 정의당이 야권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고, 국민의당이 그 뒤를, 신중론을 주도한 민주당은 오히려 하락했다.
야권이 이날 일제히 탄핵 절차 검토에 나선 것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국회 추천 총리 역시 청와대가 거부할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청와대에 계속 주도권을 뺏길 수 없는 야권이다. 전날까지 탄핵을 두고 신중론을 펼쳤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 시기ㆍ추진 방안에 대해 즉각 검토하고 탄핵추진검토기구도 설치하겠다”며 “다만 지난한 길을 생각할 때 최선의 방책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 사임을 결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국회 차원에선 탄핵을 추진하는 한편, 촛불집회 등과 함께 박 대통령 퇴진 압박은 계속 진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야권에선 오는 26일 대규모 촛불집회를 최종 마지노선으로 잡고, 그 전까지 박 대통령이 거취를 밝히지 않으면 곧바로 탄핵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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