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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여성폭력 추방의날②] “이러려고 나랑 만났나”…갈 길 먼 데이트폭력
헤럴드경제| 2016-11-24 10:01
-원치 않는 스킨십ㆍ이별 통보에 폭언도 데이트폭력


[헤럴드경제=김진원ㆍ구민정 기자] #. A(19ㆍ여) 씨는 남자친구인 최모(19) 씨와 함께 자신의 집에서 밤늦게 영화를 보던 중이었다. A 씨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깜박 잠에 들었다. 그런 A 씨에게 돌아온 것은 빗자루. 최 씨는 같이 영화를 보는데 졸았다는 이유로 A 씨를 마구 폭행했다. 최 씨는 특수상해 폭행 등의 혐의로 실형이 선고됐다.

매년 11월 25일은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이다. 1989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여성 혐오증에 빠진 한 남성이 여자 대학생 14명을 총기로 살해한 사건이 계기다. UN에서 1999년 공식 제정됐다.
25일은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이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강해지는 데이트폭력은 여전하다.   [사진=게티이미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을 추방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폭력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24일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데이트폭력은 매년 평균 7000건을 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폭행이 3600건, 상해가 2300건, 살인이 100건에 달한다. 피해자와 합의를 하거나 신고하지 않는 폭행ㆍ상해 등을 고려하면 그 수는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중 여성 피해가 훨씬 큰 것은 여전하다. 부산경찰청이 올해 2월 3일부터 7월까지 수사한 데이트 폭력 293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 가운데 여성은 전체의 82.9%인 243명으로 절대다수다.

이처럼 데이트폭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데는 고유한 사랑 방식으로의 오해가 한몫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폭언에 대해 ‘내가 더 잘하면 나아질 거야’, ‘결혼하면 괜찮을 거야’와 같은 생각으로 이해하면서 신체적 폭력으로 변해간다”며 “원치 않는 스킨십을 요구하거나 이별에 대해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모두 데이트폭력이지만 피해자들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연일 증가하는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해 경찰이 이른바 ‘클레어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효성을 놓고 의견 분분하다. ‘클레어법’은 2009년 클레어 우드라는 영국 여성이 인터넷 연애사이트를 통해 만난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이후 영국에서 제정된 법이다. 데이트 상대방의 폭력 전과 정보 등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한편 제도보다 신고가 우선이란 의견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연인 간 폭력 범죄는 개인적이고 사소한 문제가 아니며, 여러 가지 유형의 범죄가 복합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사건 발생 초기에 피해자 또는 피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즉시 신고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더 당부한다”고 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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