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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먹고 큰 단기 금융상품
뉴스종합| 2016-11-24 11:23
경기 비관전망·금리 변동성 커
요구불예금·보통예금 돈 몰려
정기예적금은 2년미만 선호


암울한 경기전망에 금리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시중부동자금이 ‘단기성’ 금융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24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9월말 기준 금융상품별로 요구불예금이 전월대비 3조8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5조3000억원, 기간이 짧은 2년미만 정기예적금도 2조9000억원이 늘었다.

경기 부진에 따라 가계가 긴금 자금을 대비해 돈을 장기 상품에 묶어두지 않는데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동성 확보에 치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암울한 경기전망에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긴급상황 대비가 용이한 단기성 금융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 사진은 은행 창구.

최근 1년간으로 보면 이 같은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저축 예금의 증가가 눈에 띄고 정기예금은 정체, 정기적금은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1년간 총 예금은 6.8%(68조원) 증가했는데 요구불예금은 13.1%(14조원), 보통예금은 13.0%(10조원) 늘었다. 저축예금과 저축성예금은 각각 12.2%(21조원), 5.9%(54조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정기예금은 3%(23조원) 증가에 그쳤고 정기적금은 -2.8%를 기록, 1조원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경제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 변동성까지 커져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시입출이 가능하고 비교적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저축예금 중심으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장기간의 예치가 필요한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은 증가세 둔화되거나 일부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연말 미국의 금리인상 등 불확실성에 대비해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예금과 보통예금의 증가가 뚜렷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신한ㆍKB국민ㆍKEB하나ㆍ우리ㆍ농협은행)의 지난 10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412조8796억원으로 9월 말(408조0811억원) 대비 1.17%(4조7985억원) 증가했다.

한달 사이 요구불예금이 4조 8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은 10월 말 잔액이 전월 대비 1.1%(1조792억원) 증가해 100조348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의 경우, 요구불예금 잔액이 전월 대비 2.6%(1조6820억원) 늘어난 65조3155억원으로 집계돼 조사 대상 은행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농협은 87조4304억원으로 전월 대비 2.05%(1조7607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전월 대비 0.17%(1421억원) 증가한 80조1392억원, 신한은행은 0.16%(1318억원) 늘어난 79조6436억원으로 파악됐다.

5대 은행 기준 개인이 1억원 이상 맡길 경우 1% 미만의 이자를 지급하는 수시입출식예금(MMDA) 잔액도 10월 말 기준 88조8097억원으로 전월 말(87조604억원) 대비 2%(1조7493억원) 늘었다. 지난달 요구불예금 전체 증가액의 3분의 1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미국 대선 이후 환율이 출렁이고 있고,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자산가들이 단기 대기자금으로 여윳돈을 묵혀놓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불확실성이 높을 수록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단기 금융상품에 돈이 몰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황유진 기자/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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