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포도, 참외는 씨까지 먹어도 거부감이 없는 과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과일 씨가 이들처럼 아무 거리낌 없이 먹게 되는 것은 아닌데요. 당연히 버려졌던 과일 씨 중엔 먹으면 약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다. 반면 먹어도 되는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리거나 먹으면 체내에서 독성물질로 변하는 과일 씨도 있습니다. 리얼푸드가 극과 극 ‘과일씨’의 종류를 살펴봤습니다.

■ 먹어도 됩니다 !

1. 수박씨 

새까만 수박씨를 입으로 뱉어 얼굴에 붙이는 예능 프로그램의 벌칙 아이템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면 오산입니다. 수박은 버릴 것 하나 없는 대표 여름 과일인데요. 체내 수분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는 데다 비타민 공급에도 탁월하죠. 특히 붉은색 과즙보다 껍질과 씨에 영양성분 함유가 더 많은 과일입니다.

수박씨에는 리올렌산이 많이 함유돼 있어 체지방의 축적을 막아줍니다. 당연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겠죠. 또 혈액 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줘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하고요. 방광염증을 완화하고 신장 질환 개선에서 도움을 줍니다.

수박씨는 특히 염증의 진정작용에 탁월해 피부를 윤기있게 가꿔주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합니다. 단백질과 칼슘, 무기질의 함유율이 높아 성장기 어린이 발육에 좋고요. 구충 작용을 하는 쿠쿠르비타신이 풍부해 배앓이가 잦은 아이들의 기생충 예방에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방유 전분 포도당 효소가 풍부해 폐를 맑게 하고 가래 제거와 변비 예방에 탁월합니다. 모든 씨앗 중 단백질 함유량이 가장 높은 씨앗입니다.

수박씨의 경우 그냥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습니다. 수박씨를 차곡차곡 모아 잘 씻은 뒤 말려줍니다. 이후 프라이팬에 볶아서 선식이나 미숫가루와 같이 빻아서 먹으면 좋습니다. 또 잘 볶은 씨앗을 차로 끓여 마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2. 석류씨

씨앗이 2/3 이상 차지하고 있는 석류는 여성들에게 좋은 과일인데요. 석류씨에는 특히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생리작용을 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성분이 다량 함유돼있습니다. 여성의 건강과 생리기능 개선을 도움을 주고, 피부가 노화되는 것을 막고 탄력있는 얼굴을 만들어줍니다. 탈모 방지에도 탁월합니다.

포도당도 풍부하게 함유돼있어 불면증과 우울증 해소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풍부한 비타민이 환절기 감기 예방에도 좋습니다. 또 유기산, 주석산 등 많은 종류의 유기산류와 칼슘 등 미네랄이 풍부해 혈액을 깨끗하게 해주고 치유력과 면역력을 개선해줍니다.

석류씨의 경우 생으로 먹어도 좋고 차로 끓여 마시면 효과가 더욱 좋습니다.

■ 먹을까 말까?

1. 사과씨

누구는 먹으라 하고 누구는 먹어선 안 된다는 과일 씨앗의 대명사 사과입니다.

사과씨에는 시안(cyan) 배당체의 일종인 아미그달린(amygdalin)의 함유량이 높습니다. 이 성분은 우리몸의 소화효소와 만나면 유독물질인 청산(시안화수소, HCN)을 생성합니다. 시안화수소가 물에 녹으면 청산가리 계열의 독성인 시안화수소산으로 변하게 됩니다.

사과씨의 경우 아미그달린 성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단단한 외막을 싸고 있는데요. 사과씨를 먹으려고 한 입 깨물면 아미그달린이 몸속으로 직행해 체내에서 유독물질이 생성되는 거죠. 경련과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하는데요. 특히 어린아이나 노인은 주의해야 합니다.

아미그달린은 과거 한 연구를 통해 암세포에만 다량 함유된 베타글루코시다아제에 의해 시안화수소를 유리시켜 암세포를 죽인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는데요. 197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레트릴(아미그달린) 및 이와 관련한 물질이 암 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아무런 의학적,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고, 이후 이 물질의 사용 및 거래가 금지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과씨를 그래서 먹어도 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인데요. 70kg의 성인 남성 기준으로 사과씨 200개를 한 번에 먹으면 치사량이라고 합니다. 사과 20개를 한 번에 먹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 테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사과 20개면 한 박스 분량입니다.

2. 앵두씨, 살구씨, 복숭아씨

새빨간 열매, 새콤한 맛의 앵두는 과일의 크기에 비해 씨앗이 지나치게 큽니다. 앵두는 그 자체로 높은 효능을 지녔지만, 항간엔 앵두씨가 천연 변비약으로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해서 민간요법의 하나로 각광받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앵두씨의 경우 변비해소에 도움을 주기는 합니다. 식물에 있는 배당체의 경우 대개 강한 생리작용을 합니다. 이 때문에 특수성분을 추출해 약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앵두씨 역시 아미그달린(amygdalin)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사과와 같은 이유로 먹으면 안 좋은 영향이 미칠지 모르는 씨앗으로 분리되고 있습니다. 과잉섭취할 경우 설사를 유발하기도 하는데요. 하루 7알 이상 섭취하게 될 경우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미그달린의 함유량이 훨씬 높은 살구씨와 복숭아씨는 절대로 먹으면 안 되는 씨앗입니다. 호흡장애와 청색증을 유발할 위험이 높습니다.

■ 아직은 글쎄요 !

1. 아보카도 

대부분의 흔한 과일 씨앗의 경우 먹어도 되는 씨앗과 먹으면 안 되는 씨앗이 명확하게 구분된 상태입니다. 포도씨는 거부감 없이 먹고 있지만 과잉섭취할 경우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고, 앞서 언급한 사과와 앵두 씨앗은 섭취 기준까지 정해져 있습니다. 물론 먹지 않는 편이 낫고요. 반면 새로운 슈퍼푸드로 등극한 아보카도의 경우 씨앗을 먹어도 된다는 확실한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보카도의 경우 씨앗을 빼낸 뒤 요리에 활용하지만 최근엔 씨앗에 항상화성분과 식이섬유가 함유돼있다고 알려지며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공중보건전문가 신시아 세스는 “아보카도 씨앗을 먹는 부분에 대해선 의구심을 제기하고 싶다”며 “아보카드 씨 안에 건강에 유익한 성분들이 함유돼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지만 섭취의 안전성에 대해선 확인된 바가 없다. 아보카도 씨앗을 먹었을 때 건강상 혜택이 클지 위험성이 클지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직은 아보카도 씨앗에 대한 연구 결과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씨앗 섭취에 대한 안전성을 입증한 연구도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캘리포니아 아보카도협의회(California Avocado Commission)’에선 아보카도 씨앗 섭취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보카도 씨앗엔 사람이 섭취하기에 적절한 요소가 들어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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