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유물유적
조선 궁궐에 어린 ‘얼’과 ‘혼’을 만나다
라이프| 2016-12-07 11:04
국립고궁박물관 ‘영건, 조선 궁궐을 짓다’展
‘창덕궁 영건도감의궤’등 180점 유물 전시



‘경복궁(景福宮): 만년토록 큰 복을 누리라/ 창덕궁(昌德宮): 덕을 빛내 창성하라/ 창경궁(昌慶宮): 경사스러움이 가득해 창성하라/ 경희궁(慶熙宮): 경사스러움이 빛나다/ 덕수궁(德壽宮): 덕이 높고 오래 산다.’

궁에는 뜻이 있고, 장인의 얼이 있고, 백성의 혼이 있었다. 궁과 국가 주요 건축물을 짓는 일에는 임금에서 노비까지, 남녀노소, 빈부귀천 모두 참가했다.

“기와를 이는 날이면 아전과 관로, 읍중의 아이들을 동원하여 늘어서게 하되, 대략 한발 간격 마다 한사람씩 세운다. 기와 한장을 집어 을에게 주고, 을은 병에게 전하고, 병은 정에게 전하여 준다. ‘자아자아’ 소리를 지르면서 오른쪽에서 받아서 왼쪽으로 준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지방단체장 가이드북을 넘어 건축의 매뉴얼이기도 했다.

헌법 격인 ‘경국대전’의 주요 챕터 ‘영선조’와 ‘공장조’에는 궁과 관아 건물 관리 지침과 건축전문인력의 소집에 대한 규정까지 두었다. 정도전의 개국 이념이 담긴 ‘삼봉집’에도 종묘와 궁궐을 세운 취지와 과정, ‘경복(景福)’이란 말을 시경에서 따와 궁, 전각 작명에 활용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궁만 알았지, 궁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어떤 뜻을 담았는지, 알지 못했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6일부터 내년 2월 19일까지 ‘영건(營建), 조선 궁궐을 짓다’ 특별전을 열어 궁 건축 과정을 공개한다.

일반적으로 궁의 건축은 실무자 주청→ 국왕의 승인→ 택일과 자재 조달 계획→ 터 닦기(開基:개기), 석달고에 의한 흙 다짐→ 치목(治木:나무 다듬기)→ 정초(定礎:기둥을 받칠 초석 다듬기 완료)→ 영건도감(都監) 주무 관청 설치→ 공사지침(사목단자) 하달→ 돌의 채집, 정으로 돌의 구멍을 뚫은 자리에 비김쇠를 끼운 후 쇠메로 쳐서 돌을 원하는 규격과 모양으로 자르는 일 등 석(石)공사→ 소나무, 전나무, 느티나무, 참나무, 잣나무 등의 단면 다듬기(초련, 재련), 조립 직전의 나무 부재 만들기(정련), 기둥, 보 등 건물 나무 구조의 입배(차려놓기) 등 목(木)공사→ 상량(上樑:기둥위에 상부 부재를 올림)→ 미장공사→ 지붕공사→ 단청(해충 방지, 위엄 과시를 위해 목부재에 칠을 하는 것) 등 과정을 거친다.

경국대전에서부터 ‘창덕궁 영건도감의궤’<사진>, 덕수궁 중건 문서 ‘장역기철’ 등의 세부 매뉴얼과 설계도에 이르기까지 국가 주요 건축물에 대한 내용을 규정ㆍ기록하고 있다.

정조가 창경궁 경춘전을 수리하면서 “인현왕후께서 거처하시고, 선친 사도세자가 계시던 곳이며, 나 역시 이곳에서 태어났다. 선조에 대한 사모의 정을 깨우친다”고 적으면서 ‘탄생전(誕生殿)’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 초기에는 대목(大木)이 장인 전체를 이끌면서 공사 현장을 주도했던데 비해, 조선후기에는 직종별 우두머리인 편수가 각 공정별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7개 주제로 180점의 유물이 전시되는 이번 특별전 기간중에는 다양한 체험교육(12.22/1.12), 전시해설(1.2~20), 현장답사(12.17, 24/ 1.7, 14, 21) 등이 진행된다. 함영훈기자/abc@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