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권한대행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국정을 넘겨받은 이후 광폭행보를 펼치며 탄핵정국에서 적극적인 권한대행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 소통 측면에서도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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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권한대행은 15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 제안한 야3당 대표와의 회동을 전격 수용했다.
국무총리실은 조속한 국정안정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여ㆍ야ㆍ정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가능한 정당과 먼저 회동을 갖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이 극심한 내홍에 빠져 여ㆍ야ㆍ정 회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단 야3당이 요구한 회동에 먼저 응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심오택 총리비서실장은 야3당에 연락을 취하고 구체적인 일정과 형식 조율에 들어갔다.
황 권한대행이 야3당 대표 회동을 받아들인 것은 최소한의 권한대행 역할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활동반경도 넓히겠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면담하고 사회ㆍ학계ㆍ언론계 원로들과 잇달아 간담회를 갖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황 권한대행의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권한대행체제 출범 이후 국무회의와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을 통해 국정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조류 인플루엔자(AI) 관계 장관회의 주재와 합동참모본부, 치안현장 방문 등 민생행보도 적극적이다.
15일 주재한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여성보호ㆍ서민생활 안전ㆍ동네안전ㆍ교통안전 등 치안강화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는 등 국정현안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대선주자로서도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R&Search)가 전날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주간집계에서 황 권한대행은 일주일새 2.0%포인트 상승한 3.6%를 기록했다.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21.9%)에 이은 2위다. 일찌감치 대선 채비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3.4%), 안희정 충남지사(3.0%),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2.7%), 오세훈 전 서울시장(2.1%)보다도 앞선다.
보수진영 내부에서는 황 권한대행의 몸값을 올려 반 총장과 ‘투톱’ 경쟁구도를 만든 뒤 집권 가능성을 높인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향후 정치지형도 황 권한대행에게 나쁘지 않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박 대통령 탄핵 가결로 국정이 극심한 혼돈에 빠진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이 안정적으로 수습하는 모습만 보이더라도 ‘본전’ 이상의 결과를 거둘 수 있다.
야권이 황 권한대행 행보에 ‘대통령 코스프레’라고 비판하며 경계심을 감추지 못하는 배경이다.
다만 황 권한대행의 광폭행보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정치권 안팎에서 지난 2004년 당시 고건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으로서 역할보다 총리로서 역할에 중점을 뒀던 것과 비교하며 황 권한대행의 행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