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
“최고급”으로 다시 도전하는 LG전자, 만리장성 넘을까?
뉴스종합| 2016-12-16 08:49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LG전자에게 ‘만리장성’은 높은 벽이다. 애플이나 삼성전자, 또 GE나 밀레 같은 세계적인 전자 기업들에게도 ‘만리장성’은 높지만, LG전자에게는 특히 더 험난한 길로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용산이나 일본의 아키하바라 같은 대형 전자상가가 있는 중국 심천에서 LG전자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상하이 아파트의 발코니를 장식했던 LG전자 마크가 달린 에어컨의 실외기는 이제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현지 브랜드가 대신하고 있다. 중국 내 LG전자 본사 격인 베이징 쌍둥이빌딩 앞 광고판은 어느 새 하이얼, 샤오미가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LG전자의 중국 고전기는 숫자로도 확인 가능하다. 2013년 3조5180억원에 달했던 LG전자의 중국 내 매출은 지난해 2조504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올해 3분기까지 2조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중국에서 올리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3년전 모습과는 거리가 여전히 멀다. LG전자에게 중국은 거대한 매출처가 아닌, 중남미나 중동ㆍ아프리카만도 못한 진짜 ‘제3 세계’ 오지일 뿐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점유율이 거의 없는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과 TV 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많은 IT 제품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최근 보고서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LG전자가 최근 중국에서 ‘LG시그니처’ 브랜드 런칭 행사를 가졌다. 1000만원이 넘는 TV와 냉장고, 500만원 대 세탁기, 100만원 대 공기청정기 등으로 구성된 ‘최고가 브랜드’다. 미국과 유럽 일부국가, 그리고 국내에서 ‘특별 서비스’와 함께 제한적으로 팔고 있는 초호화 제품을 1인당 국민소득이 7000달러 수준인 중국에 겨냥한 것이다.


일본 파나소닉, 독일 밀레 정도를 제외하고 저가 물량 공세로 도전하는 중국 로컬 브랜드의 추격에 모두 무릎을 꿇은 상황에서 LG전자의 이번 도전이 주목받는 이유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대다수 외국 브랜드이 점유율 확대 보다는 제한된 고소득층을 상대로 수익성 높이기로 전략을 바꾼 상황”이라며 “LG 시그니처 런칭도 이런 차원의 시도”라고 설명했다. “최고의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LG 시그니처’를 앞세워 중국 프리미엄 가전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는 이혜웅 LG전자 중국법인장 부사장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양보다는 질’을 선택한 LG전자의 대 중국 마케팅 변화는 소비자 광고에서도 엿볼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 9월부터 유럽과 북미에서 진행한 ‘LG 시그니처 인더시티’ 광고 캠페인을 중국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이 캠페인은 LG 시그니처 제품과 유명 건축물 간의 디자인 유사성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LG 시그니처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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