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국산 의약품 세계시장 출격 본격화, 2017년 미국 시장 본격 공략 나선다
뉴스종합| 2016-12-20 11:23
-셀트리온 ‘램시마’, SK케미칼 ‘앱스틸라’ FDA 허가 후 판매 시작

-대웅 ’나보타‘, 녹십자 ‘IVIG-SN’는 내년 FDA 허가 예상

-동남아 시장에 머물던 의약품 수출이 미국 시장 본격 진출의 해 될 전망

-선진 시장인만큼 보다 촘촘하고 불확실성 없앤 계획하에 진출해야 성공 가능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미국 제46대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전 세계는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며 그 변화에 대한 셈법을 하고 있다. 그 중 한국 제약산업은 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높다. 트럼프가 후보 시절부터 제약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새로운 의약품이나 의료장비가 FDA의 승인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한 ‘21세기 치료법’을 가결시키며 점점 제약 산업의 허들이 낮아지는 것이 구체화되고 있다.

여기에 국산 의약품들이 미 FDA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통과하면서 2017년은 국산 의약품이 제약 선진국인 미국 본토에 대한 본격적인 공략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한 해가 될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설명=미 FDA 허가를 획득한 국산 의약품. (왼쪽부터) 메로페넴, 램시마, 앱스틸라]

▶셀트리온 ‘램시마’, SK케미칼 ‘앱스틸라’ 미국 판매 시작=미국 시장 진출에 가장 앞선 곳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가 지난 4월 FDA 승인을 획득하고 11월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램시마의 미국 진출은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램시마는 이미 지난 해 유럽 마켓에서 출시된 이후 점유율을 점점 높여 2016년 2분기 말 기준 시장 점유율이 40%를 돌파했다. 더구나 램시마의 미국 유통은 강력한 유통망을 갖춘 글로벌제약사 화이자가 맡게 된다. 여기에 램시마는 오리지널 제품인 레미케이드에 비해 15% 낮은 가격에 판매가 돼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셀트리온의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는 19일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비호지킨성 림프종, 류머티즘 관절염,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등의 치료에 사용하는 데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받아 유럽 시장 진출도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SK케미칼의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 역시 내년 미국시장 공략의 한 축이 될 제품으로 전망된다. 앱스틸라는 SK케미칼이 최초 국내 개발 바이오신약으로 지난 5월 FDA의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앱스틸라는 기존 혈우병치료제가 분리된 두 개의 단백질이 결합된 형태였던 것과 달리 단일 사슬형 분자구조로 두 단백질을 하나로 완전 결합시켜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 효능과 약효 지속 시간을 향상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지난 11월 유럽에서도 시판 허가 권고를 받고 유럽진출까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앱스틸라는 18일 캐나다에서 판매허가를 승인받아 영역을 확장 중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아직 미국 시장에서 시판된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 앱스틸라의 성적에 대해 말하기는 이른 상황”이라며 “다만 미국 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이 계속 성장 중인 만큼 앱스틸라의 판매도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웅 ‘나보타’, 녹십자 ‘IVIG-SN’ 등도 미 FDA 허가 가시권=내년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곳으로는 대웅제약, 녹십자, CMG제약 등이 있다. 대웅제약은 보톡스 제품인 ‘나보타’의 미국 임상3상을 올해 초 마무리하고 현재 미FDA의 공장 실사를 남겨두고 있다. 이 과정을 무난히 통과할 경우 내년 시판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나보타는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에 비해 국내 출발이 늦었지만 메디톡신의 미국 임상 지연으로 한 발 앞서 미국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대웅제약은 올 해 초 항생제인 ‘메로페넴’가 미 FDA 허가를 획득했기에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경험을 쌓은 것이 도움이 될 전망이다.

녹십자의 혈액제제인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 역시 내년 미FDA의 허가가 기대되는 약물이다. 당초 IVIG-SN는 올 해 FDA 허가를 예상했지만 FDA의 ‘제조 공정 관련 자료 보완 필요’에 따라 시기가 조금 늦춰졌다.

녹십자는 원래 계획보다 조금 늦어졌지만 FDA에서 요구한 자료만 보강한다면 내년 허가를 획득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CMG제약은 필름형 조현병(정신분열증) 치료제 ‘아리피프라졸OSF’의 임상을 올 해 완료하고 내년 미국 허가 신청을 위한 제출 자료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섣부른 도전은 ‘금물’…불확실성 제거한 꼼꼼한 준비로 최대 시장 공략해야=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이라는 제약 선진 시장을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제약사의 진출이 활발한 동남아나 파머징 시장(이머징 국가의 의약품 시장을 말하는 것으로 `이머징+파머시(pharmacy)`의 합성어)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은 동남아나 파머징 시장으로 진출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제약 선진국은 확실한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는 폐쇄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남아나 파머징 시장 진출보다 꼼꼼한 준비를 주문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미국으로의 의약품 수출이 과거보다 쉬워지겠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산업 정책은 보호무역주의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 번 실패하면 좋지 않은 인식이 심어져 향후 진출에 애를 먹을 수 있으니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미리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꼼꼼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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