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정예몹’ 우병우, 국조 ‘소녀 펀치’에 냉소
뉴스종합| 2016-12-22 15:02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무지막지하게 강한 보스급 정예 몬스터를 잡으려면 공격대 전원이 일사분란하게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 자중지란이 일어나면 땅바닥에 널부러지는 것은 자신들이다.

22일 5차 청문회에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을 추궁하기 위해 나선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첫 트라이를 무위로 돌렸다.

‘소년 급제’라 할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으로 보듯 비상한 두뇌에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예행연습까지 한 우 전 수석은 난공불락의 몬스터가 되었다. 준비가 덜 된 국조 위원들은 우 수석의 모르쇠 전략을 익히 예상하고도 정곡을 찌르는 질문 하나 던지지 못 했다. 공격대의 ‘소녀 공격’에 몬스터는 ‘만피’를 유지했다.


[사진=헤럴드경제 DB]

우 전 수석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직무유기 의혹과 최 씨로부터 공직에 발탁돼 직권을 남용해 최씨 일가를 비호했다는 의혹, 정윤회 문건파동시 압수수색을 방해한 의혹, 세월호 수사에 외압을 가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할일을 했을 뿐”이란 뻣뻣한 입장과 자세로 이런 의혹에 모두 “아니다”라고 따박따박 부인했다. 심지어 최 씨와 관계에 대해선 “잘 모른다”를 넘어 “현재도 모른다”고 한술 더 떴다.

이 같은 우 전 수석의 ‘당당한’ 태도에도 국조 위원들은 도리가 없었다. 할말을 찾지 못한 채 한숨을 내쉬는 것이 고작이었다.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를 수집하지 못해 우 전 수석의 모르쇠에도 별달리 반격하지 못 했다.

기세가 오른 우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모시던 입장에서 존경한다”며 오히려 역습에 나섰다. 이제까지 알려진 내용중 자신에게 불리한 팩트는 오히려 뒤집어버렸다.

47일 전 검찰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됐을 당시 현장 여성 기자를 심하게 노려봐 무례했다는 논란에는 “여기자 분이 갑자기 제 가슴쪽으로 탁 다가와 굉장히 크게 질문해, 기자들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놀라서 내려다본 것”이라 해명했다.

우 전 수석이 검찰 조사도중 팔짱을 끼고 웃는 장면이 한 언론사에 의해 포착돼 논란이 됐던 부분에 대해서는 “그날 제가 몸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래서 파카를 입었지만 계속 추워서 일어서서 쉬면서 파카를 안 벗었다“고 해명했다.

최순실 씨를 아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현재도 (개인적으로) 모른다. 언론에서 봤다”고 답했고, “그럼 전부 근거 없는 의혹이냐“라는 질문에 “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질문한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다그칠 꺼리가 없자 한숨만 쉬었다.

오히려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의 위증교사 혐의로 여야 의원들이 충돌하면서 오전 질의시간을 상당수 소비했다. 이런 자중지란이 결정적 패인의 하나였다.

우 전 수석은 이번 청문회에서 자신의 인성 문제에 단골로 등장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일화에 대해서도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부인했다.

이날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 전 수석에게 “2009년 4월 30일 기억 나냐”며 ‘노무현씨 당신은 더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그저 뇌물수수 혐의자로 이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오’라는 글귀를 읽어달라고 요구했다.

이 글귀는 우 전 수석이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했던 첫마디로 알려진 발언이다. 우 전 수석은 이를 다 읽은 후 질문이 이어지기도 전에 “저는 저런말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우 전 수석은 “기록이 돼 있는 것도 말한 적 없다고 하냐”는 질문에 “기록이 아니고 조사하고 뒤에 입회한 변호인도 있다. 그런말 한 적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손 의원이 오히려 우 전 수석에게 해명할 기회를 제공한 셈이 됐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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