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찍는 자(쉬진 지음, 권하정 옮김, 내인생의 책)=미국 금리인상이 한국은 물론 각국의 경기 지표를 흔들어놓고 있다. 세계경제의 흔들림은 결국 각국 중앙은행 사이의 치열한 힘겨루기의 결과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돈을 찍어내는 사람들의 치열한 권력다툼의 결과라는 얘기다. 저자는 300년 전 중앙은행의 탄생에서부터 오늘날 미 연준까지 중앙은행이 걸어온 길을 꼼꼼히 분석한다. 최초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이 생겨난 건 전쟁으로 자금 융통이 힘들어진 왕실을 보조할 필요성에서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전쟁으로 인한 왕가의 과도한 지출을 막아 자금부족의 여파가 서민에게 미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민간영역의 자구책이기도 했다. 왕권을 위한 기관이던 중앙은행은 시민혁명의 든든한 뒷배가 되는 기관으로 탈바꿈한다. 민간은행으로서 다른 민간은행과 경쟁을 하고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과 국가의 미래를 건 수싸움을 벌이는 중앙은행에 대한 이해를 깊게할 수 있다.
▶시간을 짓는 공간(김승희 지음, 북하우스)=후암동은 최근 건축가들의 작은 집 짓기 실험장으로 인기다. 골목이먼저인지 집이 먼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실핏줄처럼 이어진 골목들 한 쪽에 빨강 테를 두른 개방감있는 사무실이 눈에 띈다. 건축가 김승희 서울대교수가 일하는 곳 ‘소율’이다. 철골 구조 프레임을 그대로 노출한 이 집은 선명한 빨강과 철골이 지은이의 말을 대신한다. 책은 저자가 15년에 걸쳐 자신의 주거공간인 집과 일의 공간을 어떻게 지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건축가가 자신의 손으로 살 집을 짓는다는 일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저자는 집을 원했지만 디테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 당황한다. 살고 싶은 집을 본격적, 구체적으로 고민하며 완성해가는 동안 내가 살고 싶은 집은 결국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식이라는 깨달음으로 온다. 위치와 터를 정하고 원하는 공간들을 앉히는 하나하나의 과정을 통해 집의 안과 밖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