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에 ‘한파’ =김영란법을 계기로 기업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하던 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 후원에 소극적으로 돌아서면서 공연계엔 한파가 몰아쳤다. 그동안 공연기획사들이 기업 협찬과 후원을 받아 공연제작비의 상당부분을 충당했고 기업들은 초대권을 홍보나 접대에 활용해왔으나, 김영란법으로 이같은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초대권 대부분이 김영란법의 선물 상한액(5만원)이 넘는데, 이와 관련한 유권해석이나 판례가 없다보니 기업들은 자칫 ‘뇌물’로 해석될까 싶어 지갑을 닫았다. 공연횟수가 적어 외부 협찬 의존도가 50% 가까이 달하는 클래식을 비롯해 대중적이고 유료관객 비율이 높은 뮤지컬까지 기업들이 후원을 보류한 사례가 줄을 이었다. 일부 기획사는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2층 R석을 일괄 2만5000원으로 책정하고 기업에 블록판매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한파’는 올해보다 내년에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대략 1년 전에 스케줄을 확정하는 공연의 특성상, 올해 기업 협찬은 지난해 결정된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내년에는 지속여부를 장담할 수 없어서다. 최근 메세나협회에서 회원사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6곳이 관련지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올해가 클래식 거장들의 방한 마지막 해일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0월에는 밤베르크 교향악단을 이끄는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마이클 틸슨 토머스 등 거장 지휘자들을 비롯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 거장의 방한이 이어졌다.
▶‘블랙리스트’에 발칵 =연극계를 중심으로는 블랙리스트 등 ‘검열’ 문제로 시끄러웠다. 예술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검열 반대 행동에 나섰다.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서울 대학로의 연우소극장에서는 극단 20여곳이 ‘검열’을 소재로 한 연극을 매주 1편씩 발표하는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로 무대에 오른 연극은 22편, 참여한 공연자는 332명, 관람한 관객은 6671명에 달한다.
또한 지난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화계 인사들이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라고 선언<사진>하기도 했다. 이 블랙리스트는 그 실체가 공개되진 않았으나 특정 정치인을 공개지지하거나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한 예술인들이 리스트에 오른것으로 추정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11월에는 예술인 7000여명이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참여자에는 클래식계 인사들도 포함돼, 문화예술인 전반에서 현정권에 대한 우려와 분노가 표출되기도 했다. 이들은 “예술 검열, 블랙리스트, 문화행정 파괴의 실체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박대통령의 퇴진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