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씨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29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삼성으로부터 16억여원 상당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삼성이 자발적으로 후원했는지, 강요에 의해 돈을 냈는지 여부는 의문이라고 했다. 장 씨의 변호인은 “증거기록을 본 느낌으로 강요에 의해 후원금을 지급했는지가 의문”이라며 “특검이 뇌물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으니 추후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장 씨는 지난 7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이모인 최 씨가 지시하면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장 씨와 김 전 차관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삼성그룹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총 16억 2800만원을 후원금으로 내도록 강요한 혐의로 지난 8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최 씨 기획ㆍ장 씨 가담ㆍ김 전 차관 주도’의 방식으로 범행이 이뤄졌다고 결론내렸다. 검찰은 최 씨가 정부지원금이나 기업 등의 후원금을 지원받아 사익을 챙길 목적으로 장 씨에게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세우도록 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김 전 차관이 최 씨의 부탁을 받고 삼성그룹과 GKL을 압박해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봤다. 기업들이 문화체육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던 김 전 차관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김 전 차관은 최 씨에게 ‘빙상연맹을 맡고 있는 삼성으로부터 후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접촉해보겠다’, ‘내가 설득해 삼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계올림픽과 연계해 영재센터에 후원을 할 것 같다’라고 보고했으며, 실제 삼성 측을 만나 후원금 지급을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김 전 차관은 삼성에 16억원대 후원금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삼성으로부터 후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 등을 최 씨에게 한 적이 없다”며 “후원금을 기업에 요구한 적도 없다”고 했다. 변호인은 이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검찰진술조서와 업무수첩 내용을 보면 후원은 대통령의 지시사항이었을 뿐”이라고 화살을 박 대통령 쪽으로 돌렸다.
범행을 기획한 혐의를 받는 최 씨는 조카의 사업을 도왔을 뿐 범행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최 씨 측 변호인은 “장 씨로부터 사업계획을 듣고 취지에 공감해 영재센터 설립 논의를 했다”며 “김 전 차관에게 후원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봐달라고 한 적은 있지만 특정 기업이나 금액을 정해 강요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는 범행이 이뤄졌다면 장 씨와 김 전 차관 선의 문제라며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공범 세 사람이 책임 소재를 서로에게 미루며 운신의 폭을 넓히는 ‘순환회피’ 전략을 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세 사람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GKL(그랜드코리아레저)를 압박해 총 2억원의 영재센터 후원금을 받아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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