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의류
득점 없는 출루는 필요없다...조현준 효성 신임 회장 1등 경영 선언
뉴스종합| 2017-01-16 09:49
-조현준 회장 16일 취임, 효성 3세 경영시대 개막
-1등 효성위해 ‘기술 DNA’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

[헤럴드경제=최정호ㆍ배두헌 기자]“주자가 많이 나가는 것은 승패와 상관없다. 나간 주자를 불러들여야 승리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실질적인 점수, 즉 성과가 있어야 생존과 발전이 가능하다”

16일 공식 취임, 효성의 3세 경영 시대를 연 조현준 회장(49)의 ‘야구 경영론’이다.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에서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학교 야구팀 주장을 맡은 바 있으며, 효성 입사 후에도 매주 일요일 직장인 야구에 참가해 6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야구광이자 만능 스포츠맨인 조 회장의 활발한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영론이다. 조 회장은 회장 승진 당시에도 “스포츠맨십에 기반을 둔 페어플레이를 통해 효성을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며 그룹을 이끌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조 회장은 회장 취임 첫 일정으로 조부(祖父)이자 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홍제 회장의 선영 방문을 선택했다. 오후에는 마포 본사에서 직원들과 조촐한 취임식을 함께했다. 부친 조석래 전임 회장의 건강과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말미암은 재계의 뒤숭숭한 분위기 등을 고려한 조용한 행보다. 당초 그의 실용적인 면모처럼 취임식 자체를 생략하는 것까지 고민했지만, 그룹 수장이 공식 출범하는 행사를 언제까지고 미룰 수도 없기에, 가족과 임직원이 모두 모이는 선대 회장의 기일에 조용한 취임식을 갖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1등 효성을 위한 각오는 결코 조용하지 않았다. 조 회장은 이날 효성의 ‘기술 DNA’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원천기술 확보를 최우선 경영 과제로 뒀던 부친 조석래 전임 회장의 ‘기술경영’을 단순히 이어받는 것을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로 키워내겠다는 야심이다. 효성은 지난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신소재와 신합섬, 석유화학, 중전기 등 산업 각 방면에서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탄소섬유, 폴리케톤 등 효성의 각종 신기술 개발을 선도해왔다.

실제 입사 20년, 사장 10년으로 효성에서 보낸 그의 성과는 이런 각오가 결코 불가능이 아님을 보여준다. 효성은 지난 해 창사이래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또 퍼포먼스그룹(PG), 퍼포먼스유닛(PU) 시스템 등 성과 중심 조직을 구축하며 현재 효성그룹 조직시스템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사장으로 승진한 2007년부터는 섬유사업 부문을 이끌며 만년 2위에 머물러있던 스판덱스 크레오라를 세계 1위로 끌어 올렸다. 그가 이끌던 섬유PG는 이제 효성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의 중심축이 됐다.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의 경우 2010년 시장점유율 세계 1위(23%)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시장지배력을 높여 지난해는 점유율 32%로 2위와의 격차도 더 벌렸다.

효성그룹의 고민 중 하나인 ‘미래 성장 동력’에서도 실력을 발휘했다. 조 회장은 직접 ‘C(차이나) 프로젝트팀’을 꾸려 중국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베트남 생산기지 구축도 진두지휘하면서 2년 연속 최대 실적 달성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2014년부터는 3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던 중공업 부문 경영에도 뛰어들어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 수주와 신사업 확대를 이끌며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효성이 만든 ATM(현금자동인출기)기 미국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조 회장의 글로벌 경영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13년 기준 미국 전역의 시장 점유율 28.7%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1위에 오른 효성의 ATM기는 이제 국내와 북미를 넘어, 유럽과 중국 등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과가 전부는 아니다. 이제 명실상부한 그룹의 회장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다. 조 회장은 이날 “효성이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핵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 신시장 및 신규 고객 확보 등 더 큰 효성을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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