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일인지하 만인지상’ 대한민국 총리는 왜 대망을 꿈꾸나
뉴스종합| 2017-02-01 10:39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표현되는 전현직 국무총리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이미 출마선언을 한 이후 제3지대론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국정을 책임지게 된 황교안 총리는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여러 여론조사에서 만만찮은 지지율을 보이며 유력 차기주자로 부상했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두 번이나 총리를 역임한 김종필 전 총리는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대선정국을 앞두고 보수ㆍ진보진영 가릴 것 없이 유력 주자들이 자택 문턱을 넘나들면서 새삼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은 봉건시대에나 어울릴법하지만 정치판에서는 잠재적 대권주자를 가리키는 ‘잠룡’(潛龍)과 마찬가지로 총리를 표현하는 나름 생명력을 갖게 된 용어다.

헌법상으로도 총리는 막강한 권한과 역할을 보장받는다. 정부 조직상 대통령에 이은 국정 2인자로서 내각 통할권, 국무위원 제청권, 각료해임 건의권, 중앙행정기관장 지휘ㆍ감독권 등을 갖는다.

정 전 총리와 황 총리뿐 아니라 역대 총리 가운데 상당수가 잠룡으로 입길에 오른 배경이다.

노무현 정부 때 총리실에서 근무한 한 인사는 1일 “한국의 총리라는 자리 자체가 의전총리나 대독총리만 아니라면 본인이 욕심을 내건 안내건 차기 대권주자로서 성장하고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라고 평가했다.

멀리로는 김종필 전 총리를 비롯해 노태우 정부 때 노재봉 전 총리, 김영삼 정부 때 이홍구ㆍ이수성 전 총리, 김대중 정부 때 이한동 전 총리, 그리고 노무현 정부 때 고건 전 총리 등도 자천타천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된 바 있다.

두 번이나 대권을 거의 손에 넣는 듯 했다 놓친 이회창 전 총리 역시 김영삼 대통령과 맞서면서 쌓은 ‘대쪽 총리’ 이미지가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는 “여의도 정치권이 혼란스럽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반면 한국의 총리는 상대적으로 절제되고 안정적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자리”라며 “대통령과 달리 현실 정치로부터 한발짝 떨어져 행정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신비감마저 심어주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헌정사상 총리 출신 정치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는 점에서 총리라는 자리가 대권 도전에 약이자 독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총리가 주목받는 것은 여의도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이 전문행정가인 총리가 국가를 경영하면 더 잘되지 않을까라는 기대심리에 바탕하고 있는데 기대심리와 정치현실 간에는 큰 괴리가 존재한다”며 “총리 출신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면 잘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선거와 정당정치라는 두터운 관문을 통과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