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서연씨는 ‘빵 덕후’
‘미각 노마드족’ 식품 블루칩
그녀는 말했다. 거친 세상에서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단 하나의 존재. 그건 바로 ‘빵’이라고.
자칭 ‘빵순이’ 직장인 이서연(29) 씨는 빵과 디저트를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갓 나온 크루아상을 먹는 것은 인생 최대의 기쁨으로 여기고 빵을 먹으러 수백 키로를 마다않고 전국을 다닌다. 국내든 해외든 어딜가도 해당 지역 빵집 검색은 여행계획의 일순위다.
빵순이 이서연 씨가 나홀로 빵지순례를 다니며 먹은 빵과 디저트들. 그녀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빵은사랑입니다 라고 써있다. |
일찍이 ‘빵집투어’가 보편화되기 이전인 십수년 전에도 그녀는 홀로 빵을 먹으러 군산 이성당과 부산 옵스, 대전 성심당, 전주 풍년제과, 안동 맘모스 제과, 광주 궁전제과 등 고전 빵집을 모두 섭렵했다. 그녀는 이를 ‘빵지순례’라 부른다.
“좀 우습지만, 정말 저에겐 빵이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이나 다름없어요. 맛도 맛이지만 빵을 고르는 것, 빵집에 가는 것, 빵과 커피를 먹으며 여유를 부리는 짧은 시간 저한테는 그런 게 행복이에요.”
이쯤되면 이씨는 ‘빵순이’보다 ‘빵덕후’에 가까운듯 하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빵집 셰프들과 홈베이킹을 하는 사람들, 르 꼬르동 블루에서 제과를 배우는 사람들, 저처럼 빵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팔로잉 했어요. 이들이 새로운 제품을 내거나 새로운 빵집을 가면 저도 주말에 시간을 내서 꼭 가보고야 맙니다. 하루에 빵으로 하루 2~3만원을 쓰기도 하고 빵집 원정을 가게 되면 10만원 가량의 빵을 사와서 냉동실에 얼려두고 때마다 오븐에 데워서 먹기도 해요.”
이처럼 불황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먹거리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아낌없이 소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맛 덕후’, 새로운 맛을 찾아 어디든 떠날수 있는 ‘미각 노마드족’이다.
이들은 명품관에서 값비싼 옷은 못사도 프리미엄 식품관에서 비싼 디저트나 빵은 얼마든 먹을 수 있다는 주의다. 실제로 3~4년 전부터 백화점에서도 주력인 패션 분야 자리를 식품이 대체하고 있다. ‘먹방’과 ‘쿡방’으로 인해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커피 시장이 확대되고 디저트 문화가 발달하면서 백화점 매출도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 2015년 2.9%이던 디저트 부문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에 24.7%까지 상승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 2014년 29%, 2015년 23%에 이어 지난해 1분기 21%의 신장률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디저트 열풍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미각 노마드족에게 특히나 반가운 곳이다. 축구장 2배 크기로 들어선 현대 판교점 식품관은 뉴욕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 이탈리아 식품 전문점 이탈리(EATALY) 등이 입점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전체 매출의 18.8%를 담당할 정도로 존재감이 크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국내 최초로 선보인 프랑스의 프리미엄 디저트 ‘위고에빅토르’와 일본 오사카의 명물 치즈타르트 ‘파블로’를 내세운다. 이곳 ‘파블로’ 매장에서는 1년간 10만개 이상의 치즈타르가 팔려나간다.
현대백화점은 ‘락 카스테라’를 들여와 고객몰이를 했고 신세계 역시 SNS에서 인기를 끌었던 대만 대표 간식 ‘펑리수’를 들여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백화점 식품관에 가는 게 낙이에요. 새로운 식재료를 구경하는 일도 쏠쏠하고 빵과 디저트도 사죠. 발효종 빵에 발라먹을 버터도 삽니다. 이즈니 버터는 방목해서 키운 젖소 우유로 만들어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고 오메가 3가 풍부해요. 에쉬레는 버터의 황제라고 불리죠. 100년 이상된 전통 발효 버터로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가장 좋아하는 버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씨가 꼽은 추천 맛집은 어디일까?
“크루아상 덕후답게 홍대 ‘올드크로와상 팩토리’를 제일 좋아하고요. 샐러드맛집 ‘배드파머스’에서 탄생시킨 빵집 ‘아우어 베이커리’, 헨젤과 그레텔 속에서 튀어나온듯한 강렬한 비주얼의 케이크를 원한다면 ‘컨버세이션 케이크’, 투박하지만 담백한 영국식 빵을 먹어보고 싶다면 부암동 ‘스코프’, 상도동 ‘브레드덕’ 군자에 ‘초이고야’도 빵덕후들 사이에 뜨고 있는 곳입니다. ”
빵과 디저트 하나로 오감만족을 느낀다는 이 씨. 이번 주말에는 호텔 ‘애프터눈티(Afternoon Tea)’를 갈 것이라며 찡긋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빵 덕후’의 모습이었다.
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