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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발 삼성쇼크] 비리기업 낙인 글로벌 입지 ‘흔들’… 美 부패방지법 리스크도↑
뉴스종합| 2017-02-17 09:32
- 글로벌 삼성 기업 이미지 ‘흔들’… 잘나가던 기업들 ‘한순간에’
- ‘비리 기업’, ‘범죄인 회사’ 이미지 겹칠 경우 해외매출 심대한 타격
- 하만 인수·갤럭시S8 출시 등 실적 관련 문제 불보듯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글로벌 삼성’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총수 구속이라는 내부 충격에, ‘비리 기업’이라는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겹칠 경우 그 여파는 상상 이상일 것이란 예측이다.

잘나가던 해외기업들의 명성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상황이 잇따라 펼쳐지는 글로벌 기업 무대에서 이 부회장 구속은 세계 속 한국의 이미지까지 ‘비리국(國)’으로 찍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초대형 인수합병건인 하만 인수와 3월 있을 갤럭시S8 출시 등 사업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17일 서울지방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삼성그룹은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글로벌 기업 삼성의 이미지다. 삼성은 지난 2015년 기준으로 67개 계열사에에 자산액은 351조4000억원인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201조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매출의 90%는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소위 글로벌 기업 삼성의 면면은 이렇다. 그러나 사실상의 총수인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관련 명성은 땅에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컨설팅기업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6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 평가에서 브랜드 가치가 전 세계 7번째, 국내 기업 1위를 기록했다. 브랜드의 명성을 축적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려도 추락하는 것은 순간이다.

예컨대 독일 폴크스바겐은 인터브랜드의 2014년 평가에서 31위를 기록했지만 배기가스 유해성 조작이라는 ‘디젤게이트’에 휘말리면서 브랜드 순위가 2015년 35위, 2016년 40위로 내리 하락했다. 기업의 도덕성이 브랜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가장 최근의 사례다.


삼성 역시 총수 구속 사태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 브랜드 가치 훼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특검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 포럼이 발표하는 ‘글로벌 지속가능 경영 100대 기업’ 명단에서 4년 만에 처음으로 빠지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사들은 기회 될 때마다 삼성을 공격하는데 당장 이들이 ‘범죄인 회사가 만든 제품’이라고 공격하면 삼성은 당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을 지휘하면서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성장성을 배가시키는 상황이었다. 그가 전면에 등장한 이후 삼성은 현재까지 15개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등기이사에 등재된 이후 불과 3주만에 국내기업 사상 최대규모인 9조원(80억달러)에 세계 최대 전장기업 하만 인수를 성사시키는 성과를 보여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하만 인수와 관련한 주주총회가 미국에서 열리는 당일(17일) 이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되면서 하만의 주총 결과에 경고등이 켜졌다. 하만 일부 주주들은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에 대해 저평가 된 상태에서 매각됐다며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소손사태를 빚은 ‘갤럭시 노트7’ 이후 출시되는 첫 플래그십 갤럭시 S8 출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8의 성공 여부에 기업 미래까지 걸렸다며 대대적인 마케팅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잃었던 신뢰와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는 회심의 역작이 바로 갤럭시 S8이었다. 그러나 한차례 기각됐던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관련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외신을 통해 이 부회장의 구속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회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제품에까지 전이될 경우 삼성전자가 입을 상처는 더욱 커진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적용 대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FCPA는 미국 기업이 해외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거나 회계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처벌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1977년 제정한 법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게 돼 있는 기업 또는 기업의 자회사가 적용 대상이다.

적용 대상 기업이 될 경우 해당 기업은 최대 200만달러, 개인은 최대 10만달러의 벌금과 최장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벌금 제재와 더불어 수출 면허 박탈, 미국 내 공공사업 입찰 금지, 증권 거래 정지 등의 제재도 받을 수 있다.

과거 독일 지멘스의 경우 지난 2008년 8억달러(약 9474억원)를 벌금으로 냈고, 프랑스 알스톰이 2014년 7억7000만달러의 벌금을 낸 전례도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이 법을 적용받아 처벌된 사례는 아직 없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강하기 때문에 한국을 상대로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부패방지법이 글로벌 부패 방지와 공정 경쟁을 위한 법이긴 하지만, 미국 기업 보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면서 “미국에서 제재를 받을 경우 주요국들로부터 뭇매를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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