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주상복합→주공복합’ 끝없는 진화…적자생존? 용불용설?
부동산| 2017-03-02 15:29
-성냥갑 아파트 이미지 깬 주상복합, 한때 부유층 이미지
-통풍 및 환기, 관리비 문제 등으로 점차 선호도 하락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용성 높은 '주상별개복합'으로
-이번엔 공공기관, 주택 들어서는 '주공복합'으로 또 진화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주상복합이 ‘주상별개복합’으로 1차 진화하더니 이번엔 ‘주공복합’으로 2차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비싼 값에 비해 쾌적성이 떨어져 외면받던 주상복합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주상복합은 1990년대 중후반 기존 성냥갑 아파트 일색이던 서울 도심에 돌연 나타나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연합뉴스]

도곡동 타워팰리스, 목동 하이페리온 등 빼어난 외관과 화려한 인테리어를 갖춘 초고층 주상복합은 한때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점차 장점보다 단점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二’字 구조로 앞뒤 베란다가 트여 맞통풍이 되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ㄱ’字, 또는 ‘ㄴ’字 구조로 된 주상복합은 통풍 및 환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식사 뒤 창문을 열어도 냄새가 시원하게 빠지지 않았고, 환풍기나 환기시스템을 돌려도 개운하지 않았다.

일반 아파트보다 비싼 건축비와 관리비, 낮은 전용률 또한 주상복합이 풀어야 할 숙제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로 ‘실용주의’가 대세가 되면서 주상복합은 더 외면받았다.

이윽고 2010년대 초반부터 주상복합의 1차 변화가 시작됐다.

높은 관리비의 한 원인이 됐던 상가를 건물에서 별도로 떼어냈다. 전용률은 아파트와 다름없이 최대한 높여 70% 선에 맞췄다.

구조 또한 아파트의 ‘二’字형을 적용해 통풍 및 환기가 잘 되게 했다.

이른바 ‘주상별개복합’이라는 주상복합 2세대가 출현한 것이다.

그러나 주상복합의 생존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주상복합의 상업공간에 공공기관을 배치하는 이른바 ‘주공복합’으로의 3세대 진화가 추진되고 있는 것.

지난 1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전국 노후 공공청사 개발을 위탁 받은 캠코는 조만간 경찰서 1곳을 대상으로 최초의 주공복합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오래된 경찰서를 부순 뒤 저층엔 경찰서가 입주하고 고층엔 아파트가 입주한다고 알려졌다.

이런 식의 주공복합 건립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1호 주공복합으로는 서울 성북구 종암경찰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종압경찰서 건물을 재건축하면서 용적률을 높여 층수를 더 올리게 된다. 이렇게 해서 추가로 건립되는 100가구 가량의 아파트는 대학생 임대주택으로 제공된다.

종암경찰서 주변에는 고려대, 성신여대, 동덕여대 등 대학교들이 몰려 있어 이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은 올해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내년 착공 가능하다.

종암경찰서 사례의 성공 여부는 주상복합의 운명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과거 공공건물 재건축은 해당 토지의 용적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진행됐지만, 주공복합이 추진되면 용적률을 다 쓸 수 있게 된다. 공공기관도 좋고 수요자도 좋은 이른바 ‘윈윈’이다.

캠코는 개발 비용을 자체적으로 대고, 20~30년간 건물 임대료 수익으로 비용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진화의 대표적 방식으로는 ‘많이 쓰는 기관’이 진화해 유전된다는 용불용설, 생존에 적합한 족속이 최후까지 남는다는 적자생존론 등이 있다.

주상복합은 수요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는 쪽으로 계속 진화한다는 점에서 ‘용불용설 후 적자생존’에 더 가까운 게 아닐까.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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