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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e렛츠런] 말을 모는데도 ‘원칙’이 있다
뉴스종합| 2017-03-02 16:32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왕량(王良)은 춘추시대 진(晉)나라 재상 조간자(趙簡子)의 말몰이꾼이다. 하루는 조간자가 그의 가신인 폐해를 불러 왕량과 함께 사냥을 나가도록 했다. 사냥터에 나간 왕량은 규칙대로 수레를 몰았다. 폐해는 짐승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돌아와 투덜대며 보고했다.

“왕량은 소문과는 달리 말을 잘 몰지 못합니다. 짐승이 어디서 나타나는지 잘 알지 못할뿐더러 어쩌다 나타나도 형편없이 말을 모는 바람에 활조차 쏠 겨를이 없었습니다”



왕량이 이웃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자존심이 상한 그는 폐해를 찾아 한 번 더 사냥을 가자고 청했다. 폐해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재차 청하자 마침내 허락했다. 그런데 그날은 아침부터 많은 짐승을 잡았다. 기쁨에 넘친 폐해는 재상에게 쪼르르 달려가 보고했다.

“왕량은 천하에 다시없는 말잡이입니다”

마음이 흡족해진 재상이 말했다. “왕량을 그대로 전속 말잡이로 임명할 테니 그 뜻을 전하도록 하시오”

하지만 재상의 말을 전해들은 왕량은 일언지하에 이를 거절했다.

“폐해 같은 사람을 위해 수레를 몰지는 않겠습니다. 그는 규칙에 따라 수레를 몰면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말몰이 탓을 했지요. 다음번에는 변칙적으로 말을 몰아 짐승을 막다른 길로 몰았더니 멧돼지 같은 짐승을 열 마리나 잡았습니다. 그까짓 눈앞에 있는 과녁을 맞히는 것이야 삼척동자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왕량은 자신에게 변칙을 강요한 폐해를 자신이 모실 사람이 못된다고 판단했다. 말몰이꾼도 알고 있는 ‘원칙’보다 눈앞의 이익을 좇아 변칙을 탐하는 소인배로 본 것이다.

변칙은 때로 원칙을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변칙을 일삼는 리더를 좋은 리더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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