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잘릴까봐, 돈 때문에…”육아휴직은 딴나라 이야기
뉴스종합| 2017-03-07 10:59
“대기업·공공 중심 반쪽 성과”
소득절벽·경력단절 탓에 주저
이용자 32%, 1년내 퇴직 ‘장벽’


#1. 중소기업에 다니는 A(34ㆍ여) 씨는 3세까지는 부모 손으로 아이를 길러야겠다는 생각에 육아휴직을 계획했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 포기했다. 다른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생활비를 모으는 입장에서 육아휴직급여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게다가 “인력 수급이 어려운 회사 사정에 휴직할 경우 상사에게 찍혀 향후 회사생활이 어려울 지도 모른다”며 말린 회사 선배들의 조언도 A 씨의 선택에 한 몫 했다.

#2. 공무원 B(37ㆍ여) 씨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본인이 직접 아이의 학교 적응을 도우며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1년간 육아휴직을 냈다. 하지만 그녀는 예정보다 빠른 6개월 뒤 회사에 복귀하기로 마음 먹었다. 개인사업을 준비 중인 남편이 최근 소득이 없다보니 홀로 벌어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금전적인 한계 상황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육아휴직급여인 월 100만원으로는 세 가족의 기본 생활비를 충당하기엔 턱도 없다는 B 씨는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육아휴직을 다 사용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및 기업들의 노력을 통해 해가 갈 수록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직장맘들의 수는 늘고 있다. 하지만, 육아휴직 시 맞이하는 ‘소득절벽’과 복직 및 인사고과시 불이익으로 인한 경력단절 등 보이지않는 장벽으로 인해 여전히 직장맘들의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은 현실보단 이상에 가까운 상황이다.

여성계 및 정부기관 등에 따르면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같은 모성보호제도는 애초에 사용하기도 어렵고,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직장에 계속 다니는게 아려워지는 등 제대로 작동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연도별 육아휴직자 수의 변화에 따르면 지난 2008년 2만8790명에 불과하던 육아휴직자의 수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며 2011년 5만6735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지난해 8만9795명을 기록하는 등 양적으로는 뚜렷하게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양적인 증가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로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를 위주로 육아휴직이 증가한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제도에서 배제된 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없으며, 양질의 일자리만을 중심으로 육아휴직이 늘어난 것은 반쪽짜리 성과”라고 비판했다.

모성보호제도를 활용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종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최근 내놓은 ‘모성보호제도 성과분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육아휴직 이용자 가운데 휴직 종료 30일 안에 24.9%, 1년 안에 32.1%가 직장을 그만 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산전후휴가 이용자의 경우에도 휴가 종료 30일 후까지 10.4%, 1년 후까지 22%가 직장을 그만뒀다. 모성보호제도를 이용한 이후에도 고용을 유지하지 못하고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노동자들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낮은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 역시 워킹맘들이 마음껏 육아휴직을 활용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은 통상임금의 40%, 최대 10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지난해 기준 3인 가구 최저소득(143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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