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결사 반대” 입장 확고
공화당 강경파 “완전폐지” 주장
대체법안 하원통과 가능성 낮아
미국 의회가 오바마케어(미국 건강보험개혁법) 폐지를 위한 입법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결사 반대하고, 공화당 내에서도 당론이 갈리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날 미 하원은 세입위원회와 에너지상업 위원회 등 2개 위원회를 열고 공화당의 오바마케어 대체 법안 심의에 들어갔다.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서 공화당이 내놓은 건강보험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위원회 개시에 앞서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공화당의 헬스케어 법안이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유일한 대안”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은 들끓고 있다. 이날 오후 미국병원협회, 전미의대협회 등 주요 의사ㆍ병원 단체들은 공화당 대체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일 의대 교수진으로 이뤄진 전미의학협회는 두 위원회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공화당의 법안을 지지할 수 없다”면서 “그로 인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축소되고, 취약한 환자들이 손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지난 6일 공개한 오바마케어 대체 법안은 오바마케어의 일부분은 지속하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미가입시 벌금 부과’ 조항을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아울러 소득 기반 정부 보조금을 없애는 대신 세제 혜택을 통해 모든 국민이 공개 시장에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로선 하원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이 통과될 공산은 크지 않다.
상원 100석 중 공화당 소속은 52명인데,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 보수파도 법안에 반대하고 있어 법안 통과를 위한 과반 확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 모임인 ‘하우스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7일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는 “(공화당) 법안은 오바마케어의 아류에 불과하다”면서 오바마케어의 ‘완전 폐기’를 강력히 주문했다. 이날 공화당 보수파 의원들은 믹 멀버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과 회동 후 당 지도부의 오바마케어 대체 법안이 수정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AP에 따르면 트렌트 프랭스 하원의원(애리조나)는 기자들과 만나 “멀버니는 의회 심의 과정에서 법안이 어떻게 수정되든 백악관은 열려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성장을 위한 클럽, 프리덤 워크스 등 유력 보수성향 시민단체들도 “오바마케어와 비슷한 수준이다”면서 공화당 법안에 반기를 들었다.
한편 민주당 측은 공화당 법안을 ‘결사 저지’하고 나섰다. 세입위원회 소속 리차드 닐 민주당 하원의원(매사추세츠)은 “(공화당) 법안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것이 헬스케어 법안이냐 아니면 감세 법안이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뉴욕주)는 7일 성명에서 “공화당의 법안은 미국 가족들의 희생을 대가로 부자와 보험회사들에 주는 선물”이라며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 법안이 폐기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케어’야말로 국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면서 보험 혜택은 더 줄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당 안팎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공화당 지도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케어는 재앙”이라는 입장을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돌파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어 당론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