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주모(34) 씨는 요즘 낮 시간마다 괴롭다.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몸이 나른해지고 잠이 몰려와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 씨는 졸음을 쫓으려 커피도 몇 잔씩 마셔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여 보지만 별 무소용이다. 특히 휴식을 가진 주말 다음날인 월요일에 이 같은 증세가 더 심하다. 그는 “좀처럼 의욕도 없고 늘 피곤하다”며 “춘곤증 탓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혹 건강에 이상이 있지 않나 걱정스럽기까지 하다”고 털어놨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들판에 새록새록 푸른 빛이 감도는 요즘. 주 씨처럼 몸이 나른하고 집중력까지 떨어져 만사가 귀찮은 지경에 이르면 누구나 한번쯤 “혹시 춘곤증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춘곤증은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서 증가하는 신체 활동과 대사 활성에 적응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피로 현상으로 엄격한 의미에서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업무 같은 일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등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춘곤증은 질병은 아니지만, 낮에도 잠이 몰려와 업무 등 일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규칙적 생활과 운동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사진제공=고려대 안산병원] |
▶입학ㆍ취직 등 스트레스도 춘곤증 부추겨=춘곤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관련 증상에서 몇 가지 원인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겨우내 감소됐던 신체의 대사 활동이 봄이 되며 증가되고, 낮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지면서 신체 활동도 늘어나 영양 요구량이 증가하게 된다. 이때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면 비록 충분한 식사를 하더라도 춘곤증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
박희민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봄철의 따뜻한 기온은 피부의 온도를 올리고 근육을 이완시켜 나른한 피로감을 갖게 하는데,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졸음이 쏟아지거나 권태감으로 일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자꾸 눕고만 싶어진다고 호소한다”며 “질병으로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서는 식욕 부진, 소화불량, 눈의 피로, 현기증, 손발 저림, 두통 등 다양하고도 전신적인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봄과 함께 입학, 취직 등으로 변화된 생활에 적응하는 스트레스도 생체 리듬을 흔들어 놓는 불청객이 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하루 4~5시간이라도 제대로 자야” =춘곤증을 이기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작은 변화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교수는 “춘곤증은 봄철 우리를 잠시 흔들어 놓는 불안한 상태라는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1~3주간 지속되는 이 시기를 잘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며 “만약 이러한 불편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질병으로 인한 피로감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했다.
김도훈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미리 겨울에 규칙적인 운동, 영양 섭취, 균형 잡힌 생활을 통해 체력을 보충을 해 두는 것도 춘곤증을 이기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춘곤증의 극복의 첩경은 우선 규칙적인 생활이다. 박 교수는 “7~8시간의 충분한 수면이 좋지만, 불가능할 때에는 4~5시간이라도 양질의 수면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자기 전에 음주, 과도한 운동, 지나친 TV 시청, 시끄러운 음악, 야식을 삼가고 일정 시간에 잠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만약 밤잠을 설쳤거나 과로를 했다면 낮에 잠깐 토막잠을 자는 것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과 쾌적한 수면 환경 유지을 유지해야 한다. 박 교수는 “밤잠을 설쳤자면 오후 2시 이전 20분 정도의 적당한 낮잠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졸음이 온다고 커피를 하루 여섯 잔 이상 마신다거나, 잦은 회식으로 인한 과식, 음주, 흡연 등은 피로를 더욱 증가시키므로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골이가 심할 경우 낮에 졸음이 올 수 있어 춘곤증에 취약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겨울동안 감소된 신체 활동을 증가시키고 활력을 주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운동이 필수다. 평소 꾸준히 운동을 실천했다면 춘곤증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2~3시간 간격으로 스트레칭과 산책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고, 빠르게 걷기와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30분 이상 하면 춘곤증을 이기는 것뿐 아니라, 건강한 생활을 위한 밑바탕이 된다”고 충고했다.
김 교수도 “춘곤증을 이기는 운동으로는 전체적으로 몸을 펴 주고 늘여 주는 스트레칭이나 체조가 좋고, 사무실이나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며 “운동은 가볍게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강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고 했다.
특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건강상 이상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 교수는 “간혹 다른 질환의 초기 증상도 춘곤증과 비슷하게 피로감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봄철 피로의 주 요인이 춘곤증일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지만, 장기간의 피로가 있을 때에는 병원에 찾아가 정밀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