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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신건강, 어떻습니까 ①] ‘10대 소녀’를 살인범으로 만든 조현병, 100명 중 1명꼴
라이프| 2017-04-05 10:52
-‘8세 여아 살해’ 17세 여성 조현병 앓아
- 환청ㆍ망상…흔히 “미쳤다”고 하는 病
-“思考 흐름에 문제…엉뚱한 이야기 말해”
-”조기 발견 필수…가족ㆍ주위 이해 중요”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지난달 29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A(17) 양. 지난해 7월 학교 부적응을 이유로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한 A 양은 왜 살인을 하고 시신을 훼손했는지 등 범행 동기에 대해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경찰 수사 결과 범행 전날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은 A 양은 처음에는 우울증이었던 질환이 악화돼 조현병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10대 소녀를 유괴살해범으로 만드는 무서운 질병인 조현병. 흔히 정신분열증으로 불리는 이 병은 말, 행동, 감정, 인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복합적 증상이 나타나는 정신병적 상태다. 조현병에 걸리면 사람들의 말소리 같은 환청이 들리기도 하고, ‘내가 우주의 사령관’, ‘이 세상은 곧 망할 것’ 같은 망상도 생긴다. 흔히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는 대표적 정신질환이 조현병이다. 전체 인구의 약 1%가 이 병을 앓을 정도로 생각보다 환자가 많은 조현병은 증상이 다양해 대처하기 쉽지 않지만, 약물 치료와 함께가족과 주위 사람의 이해가 증상을 예방하고 악화를 막는 첩경이라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8살 여자 초등학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를 받는 A(17) 양이 지난달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고자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A 양은 정신질환인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조현병 환자,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 말하는 경향”=세계 각지에서 실시된 조현병의 역학 연구에서는 1000명당 3명에서 10명 사이의 유병률이 보고되고 있다. 한창수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발병률의 남녀 간 차이는 각종 연구에서 드러나지 않았다”며 “다만 발병 연령 비율을 보면 남성은 15~25세가 가장 높은 반면에 여성은 남성보다 약 10년 정도 늦게 나타나고, 질병의 예후는 여성이 남성보다 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조현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조현병을 앓을 생물학적ㆍ유전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환경적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때 발병한다는 학설이 의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현병은 환자마다 다른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모든 환자에서 동일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환자에게 여러 증상이 다양한 조합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의 가족이나 이웃은 자신이 경험한 환자의 사례로부터 조현병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갖게 되기 쉽다”며 “조현병은 한마디로 사고(思考)의 장애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현병 환자는 사고의 흐름에 많은 문제가 생기는데, 잘 나가다 열차가 탈선하듯 엉뚱한 이야기로 흘러가기도 하고(사고 이탈), 여러 내용의 말이 뒤죽박죽 섞이기도 하며(사고 융합), 잘 나가다 말이나 생각이 뚝 끊겼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곤 하는 사고의 두절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그래서 이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흔히 엉뚱하고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청은 조현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로, 주변에 아무도 없고 주위 사람이 자신에게 말을 한 일이 없는데도 귀에서 또는 머리 속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말한다. 한 교수는 “환자에게 들리는 말소리가 환자의 행동을 일일이 간섭하거나 욕을 하기도 하고, 행동에 대해 지시하는 경우와 두 사람 이상의 말소리가 환자에 관한 내용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경우가 많다(지시형 환청)”며 “환시, 환미, 환촉, 환취나 내장과 관련된 신체 환각 등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망상은 일반적인 사회의 통념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야기임에도 이성적인 설득으로는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 ‘병적인 믿음’을 말한다.

예를 들면 ‘누가 나를 감시하고 내 뒤를 미행한다’, ‘내 주변에서 도청하고 몰래카메라로 감시한다’, ‘밥에 독약을 넣었다’,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에서 내 얘기를 한다’ 같은 각종 피해망상, 남의 행동, 말, 주위의 변화가 나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관계 망상이 흔하다. 또 과대망상, 신체망상, 배우자의 부정을 의심하는 질투망상, 종교와 연관된 망상, 죄책망상, 허무망상 등을 보이는 경우도 많이 있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견해다. 

8살 여자 초등학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를 받는 A(17) 양이 지난달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고자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A 양은 정신질환인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조기 발견 필수…가족ㆍ주위 사람 이해 중요”=조현병은 기본적으로 뇌신경계의 질병이다. 때문에 뇌세포의 기능 이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을 조절해 환자가 정상 생활을 하도록 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가장 우선적인 치료법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의의 설명이다. 항정신병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 받으면 조현병의 재발 가능성이 약 4분의 1로 감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교수는 “약물에 의해 잘 호전되는 증상으로는 불안, 초조, 안절부절못함, 불면, 불안정한 기분 상태, 혼란스럽게 하는 이상한 느낌이나 생각, 한 가지에 집착되는 생각, 환각, 망상, 짜증, 분노 폭발, 충동적이고 난폭한 행동, 집중력이나 기타 여러 인지 기능의 장애 등”이라며 “일반적으로 질병이 반복적으로 재발할 경우 이전에 비해 증상이 지속되는 기간도 길어지고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도 떨어지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현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가족과 주위 사람의 이해가 특히 중요하다. 증상을 점점 악화시킬 수 있는 언동을 하거나 마음으로 이기라고 하거나 방치하는 태도는 금물이다. 한 교수는 “조현병 환자는 언뜻 보기에 인격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나 내면은 아주 섬세하고 마음속으로 괴롭고 답답한 점이 많으므로 주변 사람이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애정으로 대해야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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