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위기의 한반도…한반도로 美항공모함 급파 ‘일촉즉발’
뉴스종합| 2017-04-10 08:50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취임 후 잇따른 도발 징후를 보여온 북한을 상대로 무력 과시에 나섰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징후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이 예정에 없던 한반도로 기수를 돌린 것.

데이비드 벤험 미국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북한이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안정을 해치는 미사일 시험과 핵무기 개발 때문에 이 지역의 최고의 위협”이라며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의 한반도행을 발표했다.

벤험 대변인은 “서태평양(동해)에서 존재감과 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칼빈슨 항모전단을 북쪽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한미연합훈련 일환으로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입항한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의 비행갑판에 MH-60S 시호크 해상작전헬기가 결박돼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 15일 한미연합훈련 일환으로 부산항에 도착한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 갑판 위에 항공기와 승조원들이 도열하고 있다. 1982년 취역한 칼빈슨호는 배수량 10만t에 크기가 길이 333m, 폭 77m에 달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F/A-18 슈퍼호넷 전투기,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MH-60S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 약 60~80대의 항공기를 탑재해 웬만한 중소 국가의 공군력 전체와 맞먹는 전력을 갖췄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달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에 참여했던 칼빈슨호는 애초 싱가포르에 머물다 호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평시 철저한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미국 항모전단이 기존 계획을 파기하고 전격적으로 한반도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미국 언론에서도 미국 칼빈슨 항공전단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북한 핵 위협에 대한 대응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임박한 만큼 이번 조치가 단순한 무력 과시가 아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미국 국방관리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이동이 북한의 최근 도발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위성사진 분석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조짐이 자주 드러났다. 북한의 핵실험 디데이(D-day)는 김일성 주석 생일인 4월 15일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금까지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나 핵실험 등의 첨단무기 과시 활동을 북한 입장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 단행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북한은 최근 한 달간 3번의 미사일 실험을 강행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샀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앞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에 대해 “미국은 북한에 할 말을 충분히 했다”며 “더는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남은 것은 사실상 군사행동 외에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번에 한반도로 오는 항모전단은 니미츠급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2척의 유도미사일 구축함, 1척의 유도미사일 순양함으로 구성된다.

CNN방송은 미국 샌디에이고를 기지로 삼는 원자력 추진 칼빈슨호는 미국의 10대 현역 항공모함 가운데 하나로 항공기 60대, 병력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사실상 웬만한 중소국의 공군 전체 전력과 맞먹는 군사력이다.

미국 해군은 최근 시리아 공군기지를 폭격할 때 지중해 동부에서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이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59발을 발사한 바 있다.

북한은 전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시리아 폭격을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은 성명에서 “미국의 침략과 간섭책동이 극도로 오만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오늘의 현실은 힘에는 오직 힘으로 맞서야 하며 핵 무력을 비상히 강화해온 우리의 선택이 천만번 옳았다는 것을 실증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영국의 언론들은 이번 항모전단의 한반도 이동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자행동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억제하지 않으면 미국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만찬이 끝난 지 채 1시간도 되지 않은 시각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중국에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음날인 7일 양국 정상회담 결과 설명에 나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중국과 협력하면 좋겠다”면서 “그러나 그것(미중 협력)이 중국 측에 특별한 문제와 도전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사안(북핵)이 중국이 우리와 조율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라고 한다면,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고,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국 정부가 대북 압박을 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일을 거의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거나 불안정하게 할 수 있는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트럼프가 깨닫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8일 분석기사에서 보도했다.

미국 NBC방송의 전날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전회의(NSC)는 이런 독자행동의 3가지 군사적 선택 사안으로 한국 내 미군핵 재배치, 김정은 정권 지휘부 제거, 비밀작전을 통한 기간시설 파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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