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졸혼(卒婚)에 대한 법적 단상(斷想)
헤럴드경제| 2017-04-17 18:39

[헤럴드경제] 최근 ‘졸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황혼이혼’이라는 용어가 익숙해질 때가 되니 이번에는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의 신조어가 등장한 것이다. 2004년 경 ‘졸혼’이라는 개념을 처음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작가 ‘스기야마 유미코’는 최근 새롭게 출간한 ’졸혼시대‘라는 책에서 졸혼을 ’서로에게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주면서 아이와 주위 사람까지 따뜻하게 감싸 안는 관계‘라고 표현하였다. 

그러나 이혼 등의 가사사건을 수행해오며 많은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온 필자로서는 졸혼은 졸혼을 선택하는 부부의 상황에 따라 그 목적이나 형태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졸혼의 유형에는 일본작가가 이야기한 ‘부부로서의 신뢰와 유대감’에 기반한 졸혼의 경우 뿐 아니라, 사회적 낙인이 찍히게 되는 이혼에 대한 차선책으로 결정하게 되는 졸혼의 경우 모두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고 법무법인 광평 손리나 변호사는 전했다. 

대한민국에서 ‘혼인’이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헌법 제36조 제1항)’는 헌법 규정에 의해 보장되는 사회적 기본제도이고, 민법에서는 이러한 혼인 및 이혼과 관련된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통용되고 있는 졸혼은 ‘법적인 부부상태는 유지하되 각자 자신의 여생을 자유롭게 즐기기 위하여 선택하는 새로운 형태의 생활방식’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에, 졸혼 자체는 기존 민법상 혼인, 이혼제도에서 예정한 영역에서 100% 해결될 수 없는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졸혼에는 전혀 법적분쟁이 없을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부부사이에 졸혼이라는 합의에 이른 경우에는 더 이상의 법적분쟁은 발생되지 않는 것일까?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졸혼이라는 개념이 생소하고, 실제 졸혼을 하는 부부가 많지 않은 까닭에, 졸혼으로 인한 법적분쟁이 발생되지는 않았을지 모르나, 향후 졸혼을 선택하는 부부가 많아지고, 그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에는 다양한 법적분쟁 발생 가능성이 존재할 것이라 예상된다. 

예를 들면, 부부간의 법적의무, 특히 정조의무나 부양의무에 대한 양 당사자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고, 졸혼이 지속되는 동안 졸혼 당시 서로 협의한 사항들이 지켜지지 않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경우 부부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그 자체로 갈등이 유발될 확률이 높아 결국 협의이혼이나 재판상 이혼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실제로 소송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대법원에 의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유책주의로 인해 졸혼 당사자 중 일방이 졸혼 이후의 사정으로 유책 배우자가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위험성이 있다. 

손리나 변호사는 “따라서 졸혼을 고민하고 있는 부부라면 현재의 결혼생활에 회의감을 느낀다는 이유로 유행에 따라 성급하게 졸혼을 선언하기 전에, 부부의 상황에 따라 각자가 꿈꾸는 졸혼이 서로 간에 일치하는지를 확인하고, 졸혼과 관련하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명우 기자/  andyjung79@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