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서는 비교적 싼 제품만 ‘불티’…수익성 하락 주범
고가제품 판매 확대 성공하면 30% 이상 매출신장 가능할 듯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우리 밥솥업계의 ‘해외시장 프리미엄화(化)’ 전략 수립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저가인 제품군에서만 현지 고객들의 구매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해외 밥솥사업의 수익성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열판압력밥솥 등 일부 제품군에서 해외고객 눈높이 제고에 성공한 쿠첸이 큰 폭의 매출증가를 일궈내며 “밥솥업계의 성장열쇠가 여기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외시장 고급화 시 30% 이상의 매출신장 여력이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19일 쿠쿠전자(이하 쿠쿠)와 쿠첸의 지난해 평균 제품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해외시장의 저가 제품 수요 집중 경향이 도드라진다. 평균 제품 판매가격은 실제 판매된 제품 총액을 수량으로 나눈 ‘평균값’이다. 회사의 제품 ‘책정가격’과는 관계가 없다.
먼저 쿠쿠의 유도가열(IH)식 압력밥솥 내수 평균 판매가격은 26만4192원이었지만, 수출 평균 판매가격은 이보다 8만원 낮은 18만4037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시장에서는 국내시장에서보다 비교적 값이 싼 제품만이 집중적으로 팔려나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열판압력밥솥(내수 13만538원, 수출 9만5080원)과 보온밥솥(내수 5만8072원, 수출 5만2088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쿠첸 역시 같은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쿠첸의 IH압력밥솥 내수 평균 판매가격은 23만1451원이었다. 수출 평균 판매가격 16만6559원보다 6만5000원가량 낮은 수치다. 업체의 기술력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IH압력밥솥의 수익성이 빛을 잃는 지점이다.
(좌)쿠첸 ‘명품철청 미작’, (우)쿠쿠전자 ‘풀스테인리스 4.0 마스터’. |
다만, 쿠첸은 IH압력밥솥 아래 단계 제품인 열판압력밥솥과 보온밥솥의 해외시장 고급화에는 성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쿠첸의 열판압력밥솥 수출 평균 판매가격은 19만1611원으로 내수 평균 판매가격 11만590원보다 오히려 8만원가량 높았다. 국내에서는 열기가 다소 시들해진 열판압력밥솥의 경쟁력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려 해외에서 대안시장을 마련한 셈이다.
특히 열판압력밥솥의 수출 평균 판매가격은 IH압력밥솥보다도 높아 쿠첸의 수익성 개선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쿠첸의 전기밥솥 매출액은 전년보다 151% 증가한 반면, 쿠쿠의 가전사업 매출액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4% 후퇴했다.
쿠첸의 보온밥솥의 수출 평균 판매가격(8만2416원) 역시 내수 평균 판매가격인 4만7897원보다 약 3만5000원 정도 높았다.
밥솥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밥솥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국내만큼 높지 않아 일반 보온밥솥이나 열판압력밥솥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틈새시장을 쿠첸이 잘 공략한 것. 국내와는 다른 고급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밥솥업계의 성장열쇠가 해외시장 프리미엄화에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력 IH압력밥솥의 수출과 내수 평균 판매가격 차이가 30%가량 나는 것을 고려하면, 고가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그 이상의 매출신장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앞의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외에 쿠쿠와 쿠첸의 이름을 알리는 데 집중해왔다면, 이제 고가시장 확대에 주력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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