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1분기는 희망과 절망을 주는 냉온탕식 경제지표들로 가득하다. 수출호조로 성장 지표엔 봄빛이 완연하지만 저출산고령화의 사회지표엔 암울한 냉기가 가득하다. 경기의 호불황은 순환이라도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는 내리막뿐이다. 게다가 폐해는 시나브로 나타난다. 이대로라면 미래가 잿빛이다.
올 1분기엔 사상 최고의 초고령자 실업자와 사상최저의 신생아 수라는 극단적인 기록이 동시에 나타났다. 27일 통계청이 집계한 올해 1분기 65세 이상 실업자는 12만3000명으로 1년전보다 3만1000명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시작(1999년)한 이후 가장 많다. 65세 이상 실업률은 6.1%로 2010년 1분기(6.5%)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다. 이는 말 할 것도 없이 노인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1999년 324만4000명이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올해 1분기 710만2000명이 됐다. 20년도 안돼 2.2배로 불어난 것이다.
반면 신생아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올해 들어 2월까지 태어난 아이는 6만5000명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1.8%나 감소했다. 이런 출생률 추이라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30만명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 앞날은 더 캄캄하다. 결혼이 줄고 있다. 올 1~2월 결혼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2% 가량 감소한 4만5400건이다. 결혼 건수는 지난해에도 7%나 줄었다. 반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신생아 수가 늘어나는 건 그 차제로 불가능하다.
지금 한국경제는 웃풍이 극심한 온돌이다. 아랫목(수출)이 데워져도 윗목(내수)엔 한기가 여전하다. 구들장이 잘못 놓여진 게 문제다. 구들장은 낙수효과가 생기도록 다시 놓으면 된다. 힘든 일이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문제는 아궁이에 불 넣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땔 나무를 패고 싶은데 도끼가 없는 상황(실업)이 문제다.
하지만 조만간 아궁이에 풀무질 할 사람도 모자라게 된다. 배 고프고 몸 아파서 도끼를 들지도 아궁이 앞에 앉지도 못하는 사람들만 가득하게 될 수도 있다. 몇 안되는 젊은이가 수많은 배고픈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얘기다. 안그래도 한국은 노인 자살률 세계 1위이고 65세 이상 노인 2명중 한명은 빈곤상태에 놓여있다.
올해 일자리 예산(17조원)과 인구위기 극복예산(38조 4000억원)은 줄잡아 55조원을 넘는다. 그런 돈을 쓰고도 효과는 매년 제자리 걸음이다. 새정부의 정책 최우선과제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