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여성 증가, 고령 출산 늘어난 것이 원인
-여성암 가족력 있다면 조기 검진 필요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 올 해 40세가 된 직장인 박모씨는 아직 미혼이다. 박씨는 40세가 되면서 ‘내 인생에 결혼은 없어도 된다’는 비혼주의를 선언했다. 박씨는 대신 혼자 살아가기 위해 건강을 챙기기로 했다. 운동은 물론 올 해부터 정기적으로 유방암, 난소암 등 여성암 검진을 받기로 했다. 이모가 난소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다행히 검진에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박씨는 매년 건강 체크를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과 늦은 나이에 출산을 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주로 폐경기 이후 여성을 위협하던 난소암이 젊은 여성도 위협을 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5월 8일은 세계 난소암의 날로 매년 이맘때면 의료계에서는 난소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미혼 여성 증가와 고령 출산의 영향으로 젊은 난소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에 난소암으로 진료받은 20~30대 환자가 2388명에서 3145명으로 3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기준 연령대로 보면 50~60대 폐경기 이후 여성이 49%로 가장 많았지만 20~30대 젊은 여성도 17%를 차지했다.
기경도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배란이 자주 일어날수록 난소암에 대한 위험이 증가하는데 예전보다 초경이 빨라진 점, 사회적으로 미혼 여성과 출산을 미루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고령 임신이 늘어난 것 때문에 젊은 여성 환자의 증가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대부분 전이된 상태로 발견되기 때문에 여성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고약한 암이다. 여성암 사망률 중 1위로 알려졌다. 특히 가임기 여성에서 난소암은 임신ㆍ출산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치료가 까다로워 좋은 예후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족력이 상당히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이에 해당한다면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부인암 검진을 챙겨야 한다.
기 교수는 “증세가 있어 병원을 찾을 때면 대개 3기 이상인 경우가 많아 가임 능력을 보전하는 치료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는 가임기 여성이라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난소암은 조기에 발견만 하면 5년 생존율이 92%로 매우 양호하지만 전이된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42%에 불과하다. 즉 10명의 난소암 환자 중 6명이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초기에 자각 증세가 없기 때문에 암이 진행돼 복부팽만, 구역감, 체중감소 등 증상으로 병원을 찾을 때면 대부분 3기 이상 진행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 잘 생기는지 특징을 알아두고 정기적인 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난소암으로 사망한 모친 혹은 자매가 있다면 난소암 발생률은 18배나 높아진다. 출산 경험이 없거나 불임, 비만인 경우 그리고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 직장암의 병력이 있을 경우에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족력이 있다면 6개월마다 검진이 필요한데 질 초음파, 종양표지자 검사를 실시하며 암이 의심된다면 CT나 MRI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난소암은 다른 암에 비해 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좋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기반으로 한다. 진행이 많이 된 경우 수술을 먼저 하기보다 항암 치료를 먼저 시행 후 수술하는 것이 안전한 경우가 많다.
기 교수는 “난소암 환자 대부분이 전이된 상태로 내원해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수술과 항암치료를 해도 좋은 예후를 장담할 수 없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가임기 때부터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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