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벽 전격 방문 주목
해외 순방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공식 방문해 중동지역의 첨예한 갈등사안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의 평화 중재자를 자처했다. 그러면서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을 방문해 전세계를 향해 친(親)이스라엘 메시지를 전했다.
AFP통신, WSJ(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공관에서 “나는 중동 평화가 모든 일중에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결국 거기 갈 것이다. 나는 기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적국인 이란을 향해 대립각을 세우며 맹비난했다. 그는 “내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많은 아랍 지도자들을 만났다”며 “그 지도자들은 이란의 커지는 위협에 대해 우리가 공유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대통령 공관에 들러 행한 연설에서도 “이란은 테러리스트와 무장 조직에 대한 자금과 훈련, 장비 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한목소리로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선언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과 그 주변의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점증하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 위협에 대한 현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에 대해 언급하며 “과거의 적을 협력자로 만드는 공통의 위험이 있다“며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아랍 지도자들과의 만남이 현실적인 평화를 이끄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내 생애 처음으로 나는 어떤 변화에 대한 진정한 희망을 보았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를 위한 새로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중동지역에 공동의 적을 이란으로 설정하고 양국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대외적인 메시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언급한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가운데 친이스라엘 행보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CNN은 미 현직 대통령이 공식일정으로 ‘통곡의 벽’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는 중동에서는 물론 전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WSJ은 예루살렘에 있는 유대교의 성지인 이곳을 방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에 좌절을 안겨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친이스라엘 행보를 전세계에 천명한 것으로 미국 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한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 전직 대통령들은 그간 예루살렘의 최종 지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협상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예루살렘에 있는 통곡의 벽 방문을 꺼려 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멜라니아 여사, 장녀인 이방카,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그곳을 찾았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검은색 유대인 전통 모자인 ‘키파’를 쓰고 방문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는 23일 오후 세 번째 순방국인 이탈리아로 이동해, 바티칸 자치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고 로마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어 25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해 북한 핵과 시리아 문제 등을 논의하고, 26~27일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