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문재인·추미애·홍준표…역경 딛고 성공신화 썼다
뉴스종합| 2017-06-21 11:10
4당 주요 인사 모두 사시 출신
盧 前대통령은 ‘고학생 신화’도

사법시험이 그동안 인재 등용문 역할을 해 온 점은 정치권을 보더라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문재인(64·사법연수원 12기·사진) 대통령이 1980년대 반독재 시위를 벌이다 투옥된 유치장에서 2차 시험 합격소식을 들었다거나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하고도 학생운동 전력 때문에 판사 임관을 하지 못한 일화는 유명하다. 

[사진=사법연수원 12기인 문재인 대통령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59·14기) 대표와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63·14기) 전 경남도지사, 국민의당 박주선(68·6기) 비상대책위원장, 바른정당 주호영(57·14기) 원내대표가 모두 사법시험 출신이다. 국회부의장인 박 의원은 1974년 16회 사법시험 수석합격자이기도 하다.

고(故) 노무현(7기) 전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고학생 신화’도 많다.

부산상고 출신으로, 직장인 생활을 하다 시험을 준비했던 노 전 대통령은 생활 형편이 어려워 건설현장 공사장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1975년 제17회 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이 됐다. 이후 짧은 판사 생활을 거쳐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정치적 자산을 마련했다.

최근 대법관에 지명된 조재연(61·12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도 덕수상고를 나온 뒤 한국은행을 다니다 법조인이 된 사례다. 조 변호사는 성균관대 야간학교를 다니며 일과 수험을 병행해 1980년 22회 시험에 수석합격했다.

지난달 퇴임한 박병대(60·12기) 전 대법관도 어려운 형편을 딛고 입지전적인 성공신화를 써냈다. 그는 생활고 때문에 중학교를 끝으로 학업을 중단하려고 했지만, 이를 안타까워 한 담임선생님의 소개로 서울의 한 방송사 직원의 집에 머물면서 낮에는 방송사 사환 일을, 밤에는 환일고 학생으로 주경야독하며 서울대 법대에 진학해 법조인이 됐다. 2011년 대법관에 지명된 그는 2014년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했다.

사법시험이 그동안 ‘희망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기성 법조인들은 아쉬운 소회를 드러냈다.

법조계 비주류인 가천대 출신으로,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한 김한규(47·36기)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시험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겠느냐”며 “사법시험이 그동안 인재 등용문으로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데 기여한 점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사법시험 대신 도입된 로스쿨 제도를 ‘기회 공정성’ 측면에서 보완할 필요가 지적도 나온다. 사법시험 존치 운동을 주도했던 나승철(40·35기) 변호사는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장학금을 기대하고 무작정 로스쿨 진학을 결정할 수는 없는 게 아니냐“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통로를 열어주기 위해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로스쿨 출신이 아니어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예비시험제를 운영하고 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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