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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윤리위, ‘사법개혁논의 저지’ 부장판사에 징계 권고 의결
뉴스종합| 2017-06-27 17:10
-고영한 대법관에 주의 권고… 신영철 전 대법관 이후 8년만
-법관대표회의 추가 진상 조사 요구, 사법개혁 논의에 힘 실릴 듯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법원행정처의 특정 연구단체 사법개혁 논의 방해 사건과 관련해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현직 부장판사의 징계를 권고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전효숙)는 27일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이규진(55·사법연수원 18기) 부장판사에 대해 징계를, 전 법원행정처장 고영한(62·11기)  대법관에 주의를 권고하는 내용의 심의 의견을 최종 의결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권고를 받아들이면 법관징계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징계 수위를 논의하게 된다. 현직 대법관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윤리위 지적을 받는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09년 촛불재판 개입 논란을 빚은 신영철(63·8기) 전 대법관이 윤리위로부터 경고 혹은 주의 촉구 권고결정을 받은 게 최근 사례다. 

고영한 대법관 [사진제공=연합뉴스]

윤리위는 “사법행정권은 법관의 학술활동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도 법관윤리 관련 규정 등의 준수 촉구 정도를 넘어 학술활동을 부당하게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해 행해지는 조치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권을 행사하는 법관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돼 사법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을 추진할 것과 사법행정권의 남용 및 일탈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윤리위 결정은 권고에 그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렸던 점 등을 감안하면 양 대법원장이 의결 내용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번 사건에 관해 양 대법원장이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표회의의 추가 진상 조사 요구 및 사법개혁안 마련 의견에도 상당 부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위원회는 자체 심의를 통해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에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개혁안을 논의한다는 정보를 전달하고, 임종헌(58·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해당 학술대회를 연기하거나 축소하도록 부당한 압박을 가했다는 게 위원회의 결론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사문화된 ‘중복 학회 가입 금지’ 규정이 다시 시행됐다. 위원회는 임 전 차장에 대해서도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미 사직처리가 된 상황이어서 제재 필요성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고 대법관에 대해서는 이러한 상황을 보고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돼 주의 권고 조치가 내려졌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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