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외교
靑 “한미회담서 통상분야 주도권 잃지 않았다”
뉴스종합| 2017-07-03 16:18
-트럼프, 확대 정상회담서 북한 문제 아닌 통상 이슈화
-한미 간 설전…장하성 정책실장, 분위기 전환시도하기도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청와대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확대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에 주도권을 잃지 않고 조목조목 응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에서 ‘한미공동성명’에 적시 돼 있지 않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언급했다. 이에 일부 국내 언론은 문 대통령이 FTA 재협상을 용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청와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한미 확대정상회담에서 “한미FTA 발효 이후 미국의 적자가 2배이상 증가했다”면서 자동차, 철강 분야의 적자폭 확대를 예로 들며 우리측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는 이미 전부터 심도 깊게 논의했으니, 통상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밝힘으로써 회담의 의제를 통상문제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끝나자 사전에 계획한 듯 마이크 펜스 부통령,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배석자들이 교대로 한미 무역적자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무역불균형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바로 반박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말씀하신 내용들은 이미 실천되고 있다”며 “한미 FTA는 양국간 호혜적인 협정으로 문제가 있다면 실무적으로 논의해나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FTA 규정이 불합리한 것인지, FTA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제대로 스터디를 해봐야 한다”며 “양국 실무진으로 공동조사단을 구성해서 양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분석하자”고 역제안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도 “안보 비용과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기간 중에 무임승차론을 말씀하셨는데 한국은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GDP 대비 가장 높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미국의 동맹군이고,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어 “주한미군 부지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매티스 장관도 한국에 와봐서 알겠지만 무려 450만평에 달하는 평택기지는 가장 첨단적으로 건설되고 있고, 이 소요비용 100억달러를 전액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한국이 세관 통과에서 미국에 특별히 차별대우를 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분명히 양국간 존재하는 절차의 차이일 뿐이다. 한국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내의 독점과 과점의 폐해를 다루는 기관으로 한국기업과 미국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 실장은 전날 백악관 만찬에서도 철강과 자동차의 무역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로스 상무장관과 열띤 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도 한미 자동차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보좌관은 “FTA 이후,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이 356%나 증가했고, 시장 점유율도 19%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국내 수입차 순위도 1위인 독일차 다음으로 미국은 2위로서 빠르게 독일을 추격중이다. 이처럼 상호 윈윈 하며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보좌관은 또 중국 철강 제품이 한국을 통해 미국에 우회 수출되어 미국 철강업계가 피해를 입고있다는 주장에 대해 “우회 수출 비율이 2% 밖에 되지 않고 중국 철강의 최대 피해국은 오히려 한국이며 한국시장도 25% 나 중국 철강에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구나 사드 때문에 중국내 한국 기업도 큰 피해를 보고 있으나 중국의 철강 공급과잉에 대해 공동대처하자”고 제안했다.

분위기가 경직되자 장 실장은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장 실장이 “영어로 이야기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 와튼스쿨? 똑똑한 분”이라고 말했고, 회담장에 순간 폭소가 터졌다.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제학 학사를 받았고, 장 실장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장 실장이 동문관계임을 언급한 것이다.

장 실장은 이에 “늦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화답하며 “제가 쓴 책이 중국어로 출판될 예정이었는데 사드 문제 때문인지 출판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에 로스 상무장관이 “그러면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하라”고 농담을 건넸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장 실장의 책이 미국에서 번역 돼 출판되면 미국의 무역적자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농담으로 응수, 회담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상호 호혜성을 상당히 좋아한다”며 “문 대통령과 이번에 좋은 친구가 돼서 참 감사하다. 더 많은 성공을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지금까지 세상에서 둘 도 없는 미국의 안보 동맹이었는데 이제 이를넘어 경제동맹으로까지 발전시키자”며 “한미 FTA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것이어서 나는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는데 나의 이 자부심이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동맹으로 양국 관계가 발전 해 나가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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