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부처별 인권 개선 노력 평가하는 ‘국가기관 인권지수’ 나올까
뉴스종합| 2017-07-06 10:35
- 국무조정실 “인권개선 노력을 행정기관 평가 가감점으로”
- 인권개선 노력 ‘질적 평가’ 가능한 지수 필요성
- 조직 내ㆍ외부자의 주관적 평가와 정책 목표에 따른 객관적 지표 조합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문재인 정부가 인권 실현을 주요 국정 기조로 내세우면서 기본권을 강화하는 정책과 조직운영이 정부부처의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소극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부처의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평가 기준이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국무조정실은 ‘2017년 정부 업무 평가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중앙행정기관 평가 부분의 가감점으로 인권 개선 노력을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지난 5월 “인권위의 정책 권로를 받은 기관은 수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하면서 “법 개정 전에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건 기관장 평가를 통해 수용률을 높이는 방안 밖에 없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따라서 당장 중앙행정기관의 인권 개선 노력을 반영하는 기준은 인권위 정책 권고 수용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가 나서서 어떤 기준을 제시하기보다는 우선 국무조정실이 주도하고 우리에게 문위가 오면 의견을 내기 위해 내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은 부처의 인권개선 노력을 정확히 평가하는데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의 수용률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인권위의 정책 제도 개선 권고는 핵심 주문 외에 부가적인 주문이 추가되는 사례가 많다”며 “핵심 주문은 불수용하고 부가적인 주문만 수용하는 경우에는 사실상 불수용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권보호를 위해 더 큰 책임을 부여받는 구금ㆍ보호시설의 권고 불이행이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권고를 불수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숫자로 나타나는 수용률은 중앙행정기관의 인권 개선 노력의 ‘질‘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

인권위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정부부처이 기본권 보장 노력을 실질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국가기관인권지수의 도입을 위해 지난 2011년 용역보고서를 통해 도입 타당성을 검토한 바 있다.

보고서는 “보편적 인권 원칙을 사법화하는 과정은 단순히 법률적 차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경제ㆍ사회ㆍ정치적 조건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경우 인권 개선은 요원하다”며 “구체적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인권디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보고서는 국내외 인권 관련 지수들을 검토해 주관적 평가와 객관적 지표를 통합한 국가기관 인권지수를 제안했다.

주관적 차원의 평가는 소속 기관의 내부자들이 인권의식을 스스로 평가하는 내부자 평가와 해당 기관의 서비스를 경험한 외부자들이 기관의 인권 감수성을 평가하는 외부자 평가로 구성한다. 구체적으로 ▷인권 인지도 ▷인권 보호 수준 ▷인권 침해 및 차별 경험 ▷침해 시 해결 기제 및 제도 유무 ▷인권 교육 여부 등을 설문 조사를 통해 측정한다.

객관적 차원이 평가는 각 부처의 특성과 정책 목표를 고려해 ‘관리지표’를 발굴해 활용할 계획이다. 이 지표들은 해당 중앙부처들이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빈곤층, 장애인, 고령층, 아동, 외국인, 비정규직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권리를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정책을 강구하고 그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객관적으로 부여줄 수 있는 지표로 구성된다. 가령 기획재정부는 인권 관련 주요 업무인 ▷소득분배 개선 ▷취업 취약계층 지원 강화 ▷인권 관련 기관에 대한 예산 배분 ▷개발 원조 제공 등을 평가하고 국토교통부의 경우 ▷지역균형발전 촉진 ▷주거권 보장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가기관 인권지수가 도입되더라도 실질적인 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각 부처의 조직적 저항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기재부의 경우 우리가 공기업에 인권경영을 성과 지표로 도입하라고 하면 극도로 싫어해 지지부진 하는 등 한계가 뚜렷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이에 인권위에 실질적인 부처 관리 감독권한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입법조사처는 “인권위법 제25조의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 권고나 의견 표명, 제44조의 구제조치의 이행이나 법령ㆍ제도ㆍ정책ㆍ관행의 시정 또는 개선 권고의 이행실태를 인권위가 확인, 점검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인권위에서 각 공공기관의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정도, 개선 및 방지대책을 매년 평가해 공표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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