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16∼2020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2.8∼2.9%로 추정했다. 3%대가 무너졌음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사실 그동안 공식화만 안됐을 뿐 외국과 학계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일이다. 최근 몇 년간 성장률이 2%대에 머물고 저출산고령화는 해소될 기미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방향과 속도다.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하락 일로다. 한번쯤은 오를만도 한데 오로지 떨어지기만 한다. 게다가 하락 속도는 아찔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70~80년대 9%를 넘었다. 90년대 외환위기 전까지만해도 7.5% 정도의 높은 수준이 유지됐다. 그러던 것이 거의 5년에 1%씩 떨어졌고 이젠 1년에 0.2% 가량 하락이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
불과 1년 전에도 한은은 2015∼2018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3.0∼3.2%로 추산한 바 있다. OECD는 아예 그 가속도까지 감안해 2018년부터 2030년까지 2.4%, 2031년부터 2050까지 1%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한다. LG경제연구원은 2020~2024년 1.9%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과 3년 후다. 그야말로 날개없는 추락이다. 이대로라면 이 불길한 예측들은 사실로 굳어질 공산이 크다.
잠재성장률은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투입했을때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일종의 경제 체력이다. 그래서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단순한 경기순환상의 하강 국면과 다르다. 수출 좀 잘 된다고 급격히 올라가지 않는다.
결과는 무섭다. 세계경제의 평균 잠재성장률은 3.5%정도다. 2%대의 잠재성장률은 경제적 역량이 거의 바닥이란 의미다.
10년째 깨지못한 국민소득 3만달러의 벽은 점점 높아진다. 경제가 연간 3%씩 성장해도 생활수준이 두 배로 좋아지는 데 25년이 걸린다. 1%씩 성장하면 그 기간은 70년으로 늘어난다. 잘 사는 나라들을 추격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오히려 중진국에서도 따라잡힐 걸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근본적으로 잠재성장률의 구조적 하락을 저지하는 근본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그 핵심은 고비용 경제구조의 혁신이다. 한계기업의 구조조정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 활성화가 병행돼야 한다. 시간이 걸리고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다. 입에 쓴 약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그 일을 문재인 정부는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