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태풍이 생기는 이유와 태풍이 지나가는 것이 좋은지, 피해가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태풍은 왜 생길까=‘태풍(typhoon)’은 열에너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지구의 자정 작용 중 하나다. 적도 부근은 극지방보다 태양열을 더 많이 받는 등 지역조건에 따라 생긴 열적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 지구 스스로 열에너지를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이동시킨다. 이때 저위도(적도 부근) 지방의 뜨거운 공기가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받아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품은 채 고위도(극) 지방으로 이동하는데, 같은 기상 현상을 ‘태풍’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북서태평양에서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으로 발달한 열대저기압은 모두 태풍으로 불린다.
[태풍의 모식도. 사진=국가태풍센터 캡처] |
▶태풍 이름은 왜 붙이며, 누가 붙일까=태풍의 평균 생존기간은 2~7일인데, 그 이상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같은 지역에 2개 이상의 태풍이 있을 수 있다. 태풍 예보를 할 때 혼동을 피하기 위해 호주 예보관들이 최초로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당시 호주 예보관들은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붙여 “○○가 태평양 해상에서 헤매고 있다. ○○가 엄청난 재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비꼬는 식으로 예보했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태풍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예보관들이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붙여 1978년까지 태풍 이름에 여성이 많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서태평양에서의 태풍 이름은 1999년까지 괌의 미 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이름을 정했으나 2000년부터 태풍위원회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민의 태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14개 회원국으로부터 10개씩의 이름을 받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독수리’ 등의 이름을 제출했으며, 북한에서도 ‘기러기‘ ‘날개’ 등 10개의 이름을 제출했다.
▶우리나라엔 약 2.2개 영향=북서태평양 지역의 태풍은 연간 평균 30여개가 생겨난다. 그중 주로 7~9월에 2~3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이 시기에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온도가 높은 것과 관련이 깊다. 또 드물게는 6월과 10월에도 1개 정도의 태풍이 오기도 한다.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지역은 ①북대서양 서부, 서인도제도 부근 ②북태평양 동부, 멕시코 앞바다 ③북태평양의 동경 180도의 서쪽에서 남중국해 ④인도양 남부 마다가스카르에서 동경 90도까지 및 오스트레일리아 북서부 ⑤벵골만과 아라비아해다. ① ② ③지역은 7~10월에 많이 발생하며, ④ ⑤지역은 4∼6월과 9∼12월에 많이 발생한다. 사진=국가태풍센터 캡처] |
▶태풍의 왼쪽은 ‘안전’, 오른쪽은 ‘위험’ 왜?=태풍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소용돌이치는데, 여기에 편서풍과 무역풍이 합쳐지면서 더욱 강하게 바람을 밀어 진행 방향의 오른쪽 반원이 왼쪽 반원보다 풍속이 강해진다. 그래서 태풍이 우리나라의 서해 쪽이나 중간을 지나면 피해가 커지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태풍은 편서풍의 영향으로 북위 30도를 넘어서면 동쪽으로 휘어지는데, ‘노루’의 경우 기상청 전망에 따라 제주도 해상에서 북동진해 일본 규슈를 지나게 된다면 위험 반경에 제주와 남부ㆍ동해안 지역이 들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해수면 온도와 수증기에서 힘을 받는 태풍은 고위도로 올라올수록 수온이 낮아져, 육지로 올라갈수록 수증기가 없어져 세력이 약해지면서 생명을 다하게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ㆍ네이버 학생백과 캡처] |
▶지구엔 ‘단짠’인 태풍=태풍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는 엄청나다. 강풍에 시설물이 파괴되고 정전이나 통신 두절이 생기기도 하며 집중호우로 물이 범람하거나 산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 2002년 ‘루사(RUSA)’와 2003년 ‘매미(MAEMI)’는 각각 5조여원, 4조여원의 재산피해와 수많은 사람이 떠내려가거나 죽어 악몽으로 아직도 기억된다.
그러나 태풍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태풍의 장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물이 부족한 지역을 지나가는 태풍은 많은 비를 뿌려 수자원을 보충해준다. 지난 94년 8월 무더위와 가뭄이 극심했을 때 올라온 태풍 ‘더그(Doug)’가 그 예로, 바람은 별로 강하지 않고 많은 비를 내려줘 전국 가뭄이 해소했으며 바람으로 인해 잠시나마 더운 대기가 식혀지는 효과를 줘 ‘효자 태풍’으로 불린다.
둘째, 지구의 열에너지 균형을 맞추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지구가 받는 태양에너지는 위도, 자연환경, 계절, 낮밤 등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열에너지의 이동이 없다면 적도로 갈수록 폭염이, 극으로 갈수록 추위가 극심할 것이다. 에너지가 많은 곳에서 에너지가 적은 곳으로 옮겨 온도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필요한데, 태풍이 그 역할을 한다.
셋째, 태풍은 바다생태계를 건강하게 해준다. 태풍이 불면서 깊은 바닷속과 해수면을 뒤섞어 순환시킴으로써 해저물과 함께 축적돼 있던 플랑크톤을 끌어올려 분해시켜 바다생태계를 활성화시킨다.
이렇듯 태풍은 피해와 유익을 동시에 지닌 매우 중요한 대기현상이다.
▶적도 지방엔 태풍이 없다=태풍은 공기의 소용돌이가 있어야 하는데, 지구가 자전하면서 생기는 전향력이 적도에는 없다. 그래서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5도 이내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태풍에 대한 기본상식을 알고 대처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jo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