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순종어가길’ 사업으로 지난 5월 달성공원 앞에 세운 대한제국 2대 황제 순종 동상.[사진=연합뉴스] |
[헤럴드경제]“반일 감정을 잠재우려는 일제 속셈을 알고도 따라나선 순종 처지를 안다면 수십억원 세금으로 관광 상품화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민족문제연구소)
“백성에게 다리가 돼 주고 싶었을 황제 마음을 담아 굴욕의 역사를 되새기는 의미가 있다”(대구 중구)
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조선 마지막 왕이자 대한제국 2대 황제 순종 동상을 둘러싼 ‘역사전쟁’이 대구에서 벌어지고 있다.
갈등의 중심은 고종 폐위 후 무기력하게 일본에 굴종한 것으로 알려진 왕의 동상을 세우고 이토 히로부미와 함께 한 경상도 지방 순행길을 ‘순종어가길’로 포장해 관광상품화하는 것에 대한 의견 충돌이다.
대구 중구는 지난 2013년 국토해양부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에 순종어가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조형물ㆍ벽화 설치, 쉼터 조성, 거리 개선 등에 70억원을 투입했다. 아치형 다리 위에는 5.4m 높이로 대례복 차림의 순종 동상도 세웠다.
이에 대해 중구는 굴욕의 역사를 되새기는 ‘다크 투어리즘’(역사교훈 여행)이라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동상 주변 안내 표지석에도 ‘실제로는 이토 히로부미가 순종황제를 내세워 반일 감정을 무마하고 통감정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회 등은 이 사업이 역사에서 교훈을 찾는 여행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반일 감정을 잠재우려는 일제 속셈을 알고도 순종이 따라나선 것인데 수십억원의 세금으로 관광 상품화하는 것은 역사 왜곡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나아가 안내 표지석 말미에 쓴 “암울한 시대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민족정신을 담아내고자 한다”는 표현을 넣은 것에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주장이 엉터리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909년 순종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와 함께 경상도 지방을 순행했다. 왕을 앞세워 일본에 저항하는 백성에게 순응할 것을 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 기차를 타고 온 순종은 대구역에서 경상감영으로 가마를 타고 갔다. 닷새 뒤 마산, 부산 순행을 마치고 환궁 길에 대구역에 내린 그는 북성로를 거쳐 달성공원으로 갔다. 그곳에는 일본거류민회가 메이지 덴노 생일을 기념해 세운 황대신궁 요배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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