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연락받고 패스트푸드점 간 후
100여m 떨어진 장소서 폭행 당해
경찰, 우발아닌 보복가능성 무게
지난 1일 저녁, 부산 사상구에서 벌어진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을 조사중인 경찰은 가해학생들이 우발적으로 폭행했다는 당초 진술과는 달리, 폭행을 사전에 모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가해학생들이 피해자 A양의 친구를 시켜 의도적으로 불러낸 점과, 보복폭행을 위해 사전에 모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가해학생들의 휴대폰 내역과 당일 행적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경위 파악에 나섰다.
지금까지 수사된 사건경위를 보면 가해학생들은 피해자 친구를 시켜 영화를 보자며 피해자 A(14ㆍ중2)양을 불러냈으며, 약속장소는 사상구 엄궁동의 한 패스트푸드점이었다. 약속장소는 버스 정류장과 인접하고, 인근에 대형 마트가 있어 피해자가 의심없이 나올 수 있었다.
약속장소와 폭행이 일어난 장소는 직선 거리도 불과 100여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바로 옆으로는 하천이 흐르고 버스가 다니는 도로가에선 건물 등에 가려 보이지 않는 위치다. 막다른 길이라 사전에 위치를 모르고는 쉽게 찾아가기가 어려운 위치라는게 인근 주민들의 설명이다. 특히 저녁시간에는 지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공장지대여서 1시간 반이 넘도록 잔혹한 폭행이 이어질 수 있었다.
특히 경찰은 이번 폭행에 앞서 6월29일 발생한 1차 폭행으로 A양의 부모가 고소한 사실을 알게된 가해학생들이 앙심을 품고 보복 범죄를 벌였을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 당시 고소장이 경찰에 제출됐지만 피해학생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다는 것.
고소장 내용을 보면 1차 폭행이 이뤄진 시점은 6월29일 오후 2시께로 가해학생인 B(14ㆍ중3)양의 남자친구의 전화를 받았다는 이유로 폭행이 시작됐다. B양과 또 다른 피의자인 C(14ㆍ중3)양 등은 사하구 장림동의 한 공원과 노래방을 옮겨가며 주먹과 마이크 등으로 수차례 얼굴을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는 진술이 들어있다. 경찰은 이번 2차 폭행 외에도 1차 폭행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5일 피의자 B양과 C양을 불러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피해자 A양의 진술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또 피해학생과 같은 2학년으로 친구였던 추가 피의자 2명의 폭행가담 정도도 조사하고 있다. 추가 피의자 D양은 같은 14세 이지만 E양은 만 13세로 확인됐다. 경찰은 CCTV를 면밀히 분석해 이들의 폭행 가담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또 한명의 여중생 F양은 단순 목격자로 분류돼 목격자 진술을 받은 상황이다. F양은 진술에서 “처음엔 폭행을 말리려 했지만, 말리면 자신도 똑같이 폭행하겠다는 위협에 더이상 말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에선 가해학생들의 신상털기가 이어져 사진과 이력이 나돌고 있으며, 이들이 다닌다고 알려진 학교 이름이 퍼져 이 사건과 관계없는 다른 학생들의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폭행에 가담한 두명의 가해자는 출석일수가 부족해 이미 인근의 다른 대안학교로 전학을 한 상황으로 확인됐다.
피해 학생은 입술부위가 터져서 봉합수술을 받았고, 상처의 범위가 넓고 위험한 상황이어서 4일 부산시내 큰 병원으로 옮겼다. 당초 경찰은 폭행 상처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으나, 피해 학생 부모측 관계자가 올린 SNS글과 사진을 통해 심각함이 알려졌다.
피해학생의 부모의 친구라고 주장한 한 여성은 SNS에 참담한 심경의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잔혹한 폭행으로 심하게 부어오른 피해자의 얼굴 사진을 올린 이유는 “또 다른 아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면서 “가해자들이 자신의 딸을 폭행한 이유는 2개월전 가해자 등 5명이 딸을 폭행해 경찰에 신고했고, 이 때문에 또다시 보복성 폭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학생의 참혹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청와대 홈페이지가 4시간 넘게 마비되는 사태를 빚었다.
부산=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