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이 마이크, 상, 의자만 들고 무작정 길거리로 나가 사람들과 즉석에서 토크를 나누는 프로그램은 지금 유재석이 시도하기에 가장 알맞다.
유재석은 변화하는 예능 환경과 시청 패턴 변화 등과 맞물려 변화와 실험과 선택의 기로에 있기도 하다. 그래서 평상시에 ‘잠깐만’ 같은 토크쇼를 하는 것과 지금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유재석의 재능은 신뢰감을 줄 수 있고, 편하고 매끄러운 진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따뜻함도 지니고 있다. 자극성을 만들지 않고도 상대를 돋보이게 할 수 있다. 그것은 많은 동료 선후배 연예인들에게 효과가 나게 했다. 이들은 충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이제 유재석-하하, 유재석-박명수 조합에서는 별로 궁금증이 생기지 않는다. 한때 몇몇 예능인들은 유재석 라인이 되고 싶어 유재석 대기실을 꼭 방문해 인사를 하곤했다.
이제 연예인에게 통했던 그 효과를 비연예인(일반인)에게 발휘하도록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유재석이 잠깐 선보인 토크쇼 ‘잠깐만’은 아무나 만날 수 있다. 유치원에도 갈 수 있고 목욕탕에도 갈 수 있다.
스튜디오 토크쇼는 초대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그 틀 안에는 대본이 있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길거리로 나가 아무하고나 대화를 나누는 게 좋다는 얘기다. 유재석의 ‘잠깐만’은 정제된 인터뷰가 아니라서 더욱 재미있다.
어떤 질문을 해도 ‘없어요‘나 ‘몰라요’로 답하는 유치원생은 유재석을 당황하게 했지만, 계속 소통을 시도하는 유재석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아저씨와 아줌마를 만나고, 개가 짖고 있어 인터뷰가 안되고, 또 누가 끼어들 수도 있는 상황도 좋다. 번호 키가 고장이 안나, 도둑이 없어져 걱정(?)을 해야 하는 아저씨, 여의도의 한 직장에게 들은 한 직장 오래 다니는 법(빚을 내면 돼요) 등도 충분히 살아있는 토크들이다.
시청자가 한 달 분 영수증을 보내주면 절약설계에 능한 김생민이 이를 분석해주는 솔루션 ‘김생민의 영수증’은 일반인과의 협업이 전제된 프로그램이다.
마찬가지로 유재석은 앞으로 일반인과 어떻게 소통하고 공존할지를 고민해볼한 하다. 지금까지 같은 연예인들끼리 놀았다면 일반인과 같이 하는 코너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유재석을 상대할 시민, 구민, 군민은 충분하다. 여기서 역으로 지금까지 유재석에게 보여지지 않았던 면이 새롭게 조명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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