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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 풀밭 20% ‘야금야금’…공포의 ‘가시박’이 나타났다
뉴스종합| 2017-09-07 07:37
-생태계 교란식물 빠른 속도로 번식
-한강공원 자연초지 70만㎡ 점령
-질긴 생명력…주변 수목 죽게 해
-서울시 “제거 애쓰지만 한계 있어”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서울 한강변에 자리잡은 생태계 교란식물이 근 10년간 3배 가깝게 늘어 이젠 한강 자연초지 21.9%가 이들 손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7일 서울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2개 한강공원 일대 자연초지 320만3811㎡ 중 70만2553㎡(추정)에 생태계 교란식물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상반기에 파악한 면적(25만6000㎡ 추정)보다 44만6553㎡만큼 증가한 것이다. 집중 분포지역은 강동구 암사동 내 광나루 한강공원,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뚝섬 한강공원 등 주변이다.

최근까지 시내 발견된 환경부 지정 생태계 교란식물은 ▷가시박 ▷돼지풀 ▷애기수영 ▷가시상추 ▷단풍잎돼지풀 ▷미국쑥부쟁이 ▷서양등골나물 등 모두 7종이다.

가시박 제거작업 모습. [사진=헤럴드DB]

본부에 따르면 한강공원 일대에선 특히 작물들의 연작(連作)피해를 막는 접붙이기용으로 지난 1980년대 남아메리카에서 들인 가시박이 악명 높은 상황이다.

한 줄기에만 씨앗 2500개가 넘게 맺히는 등 질긴 생명력을 갖고 마구잡이로 자라나며 일대 수목들의 광합성을 방해하고 나서서다. 더운 날일수록 잘 자라는 가시박은 또한 제초제와 비슷한 성분을 뿜으면서 주변 토양에도 피해를 준다고 알려져 ‘식물계의 황소 개구리’로 불리기도 한다.

본부 관계자는 “생태계 교란식물 명단에는 없으나, 같은 시기 한강변을 중심으로 급격히 번식하는 환삼덩굴도 주변 식물들의 성장을 억누르는 성질을 갖고 있어 (생태계 교란식물로) 같이 취급한다”고 덧붙였다.

본부도 이런 상황을 알고, 생태계 교란식물의 무분별한 번식을 막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들이 자라나는 4~10월 사이 수시로 5일 이상 집중 제거기간을 두고 밀집지를 찾아 없애는 데 전쟁을 치른다. 시민 대상으로 상시 생태교육을 열고 생태계 교란식물을 설명한 후 함께 제거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교육은 올해 1~7월에만 모두 92회 개최했다. 참여 시민만 2326명에 달한다.

지난 2013년부턴 생태계 교란식물을 없앤 지역 중심으로 수양버들, 느릅나무 등 대체식물을 심는 대응책도 시행 중이다. 다시 자리 잡기전에 유해성이 없는 다른 식물들로 일대를 선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워낙 생명력이 질긴 만큼 힘이 부친다는 입장이다. 본부 관계자는 “셀 수 없이 많은 씨앗까지 제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아무리 제거작업을 해도 폭발적인 번식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이어지며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관련 전문가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이열 충북대 환경생명화학과 겸임교수는 “생태계 교란식물의 성질, 퇴치방법 등을 중점 연구하는 전문 인력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양성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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