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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도시재생]진희선 도시재생본부장, “도시재생에 완료란 없다, 시민들이 계속 끌고가는 것”
뉴스종합| 2017-09-07 08:48
- 2008년부터 도시재생 씨앗 뿌린 산증인
- ‘주민에서 시민으로’ 인문적 재생으로 가야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시는 요즘 온통 ‘도시재생’에 빠져있다. ‘세계건축연맹(UIA) 2017 세계건축대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 건축 주요 행사들이 한꺼번에 열리는 이 달은 아예 ‘서울시 건축문화의 달’로 지정됐다. 시가 얘기하고픈 건축은 새 것을 짓는 개념이 아닌 헌 것을 다시 쓰는 ‘재생(再生)’에 무게가 실린다. UIA 세계건축대회 기조강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개발ㆍ건설’에서 ‘재생ㆍ건축’으로의 시대 전환을 선언하면서, 방점을 찍었다. 이에 맞춰 이 달 ‘문화비축기지’(옛 마포석유비축기지), ‘돈의문박물관마을’(새문안동네) ‘다시세운’(세운상가) 등 재생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완성됐다.


지난 5년간 시 도시재생 과정을 진두지휘해 온 진희선 시 도시재생본부장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그는 시에서 뉴타운사업과장(2003년), 주거재생과장(2008년), 주거재생정책관(2012년), 주택정책실장(2014년) 등을 거치면서 서울 도시재생의 밑그림을 그려 온 ‘산증인’이나 다름없다. 지난 5일 만난 자리에서 진 본부장은 “돈의문박물관마을을 2일(개장일)에 둘러봤는데,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근사했다”며 “굉장히 많은 시민들이 보고, 체험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줬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물관마을 자리는 돈의문뉴타운(현 경희궁자이 아파트) 계획 상 면적 1만㎡의 녹지공원을 조성해 시에 기부채납될 예정이었다. 그가 주택정책실장으로 재직하던 때다. 그는 “맛집들이며, 자주 가던 공간인데 다 쓸어버리고 나무를 심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며 “그런 고민을 갖고 역사학자, 건축가들의 자문을 받으면서 지역의 역사성을 알게 됐고, 다른 기획을 생각해보자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자 말들이 많았다. 뉴타운 조합원들의 반대는 물론 종로구까지 썩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난한 설득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1930년대 일식주택, 60년대 한옥, 70ㆍ80년대 ‘슬라브집’ 등 당대를 대표하는 토속건물이 남아있는 현 동네의 모습을 남길 수 있었다. 앞으로 경찰박물관 이전, 경희궁과의 연결성 보완 등을 거치면 도심 속 훌륭한 문화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서울형 도시재생은 맞춤형 재생이다. 도시문제를 미시적으로 진단해 지역의 특성, 주민 의향에 따라 개발방식을 바꾼다. 주거재생지로선 성북구 장수마을이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재개발 사업성이 낮아 낙후된 곳을 골목길, 하수관 등 인프라를 정비하고 독특한 지역 경관을 그대로 살려, 현재 인근 이화마을과 함께 관광객이 자주 찾는 동네로 각광받는다. 뉴타운에서 해제된 은평구 산새마을은 인근 쓰레기 적치장, 개 사육ㆍ도축장 등을 없애고 주차장과 앵커시설을 들인 재생을 통해 떠났던 집주인들이 다시 돌아오는 마을이 됐다.

구도심 재생 중 오는 19일 개장하는 ‘다시세운’도 기대작이다. 1968년에 지어진 고 김수근 건축가의 작품으로, 70년대 가장 좋은 연예인 아파트로 불렸고, 80년대까지는 전자제품의 메카로서 시대를 풍미한 세운상가는 이후 20~30년간 쇠퇴의 길을 걸어 한때 대규모 뉴타운 계획에 따라 한꺼번에 쓸릴 뻔 했다. 2012년 박 시장의 개발 일변도에 대한 반성 철학에 따라 보존 중심의 재생으로 방향을 틀어 이 달 ‘다시세운’으로 시민과 만날 수 있게 됐다. 서울에선 이처럼 맞춤식 재생이 모두 131개로, 완성됐거나 추진 중이다. 2014년부터 시비 5000억원이 들었다. 내년에는 올해 2300억원 보다 소폭 늘어난다.

진 본부장은 “도시재생에 완료라는 것이 없다”고 했다. 행정력을 집중투입하는 기간만 있을 뿐 완공 이후엔 주민, 기업이 발판을 딛고 자생하는 지역이 돼야한다는 얘기다. 그는 “그래서 실패할 확률, 일회성에 그칠 확률도 많다”며 “지역민들이 갈등과 조정, 통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각과 주체성,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민의식을 갖추는 것이 도시재생의 진정한 성공”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표현이라면서 “주민(개인적 욕망)에서 시민(공공성)으로, 인문적 도시재생”이란 말을 덧붙였다. 새 정부가 시 도시재생을 벤치마킹 해 국가적 의제로 삼은 ‘시민참여’ 중심의 ‘도시재생뉴딜정책’의 기본정신과 맥이 닿아있는 말이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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