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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계절②]“하객 수 많고 가족 반대”…‘작은 결혼식’ 꿈 포기하는 예비 부부
뉴스종합| 2017-09-09 10:38
-저비용 결혼식 원하는 예비부부 증가
-예식장 규모따라 하객수 줄이기 힘들어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 “하객 수를 100명으로 줄일 수 없어서 공공기관 결혼식을 포기했어요”.

몇년 전 결혼한 A 씨는 본래 적은 비용으로도 개성 있는 예식을 올리는 ‘작은 결혼식’을 꿈꿨다. 공공기관을 빌려 예식장 대관료를 줄이고 부부가 제안한 독특한 컨셉으로 식장을 꾸밀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모님과 하객 수 조율에 실패해 평범한 예식장 결혼식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사진=여성가족부 ‘작은 결혼식’ 홈페이지]

초창기 ‘소박한’ 결혼식으로 알려졌던 유명인들의 ‘스몰 웨딩’의 실상이 고비용ㆍ호화 결혼식으로 알려지면서, 예식의 비용을 줄이고 규모ㆍ절차를 간소화한 진정한 ‘작은 결혼식’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와대 사랑채, 국립중앙도서관 등 공공기관을 대관한 저비용 결혼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A 씨처럼 작은 결혼식을 종국에 포기하는 사례는 여전히 많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의 ‘육아문화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결혼식을 올린 기혼여성 1173명을 대상으로 작은 결혼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67%가 ‘가능하면 작은 결혼을 하고 싶었다’고 답했지만 실제 이들 중 작은 결혼에 성공한 경우는 50.8%(596명)에 그쳤다.

‘작은 결혼과 거리가 있었다’(49.1%, 557명)고 응답한 기혼여성만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어보니, 가장 많은 22.9%가 ‘가족반대’를 꼽았다. 이어 ‘남들 하는 대로 해야 할 것 같아서’(19.1%), ‘그동안 뿌린 축의금 생각에’(16.6%), ‘지금의 일반결혼식이 ’결혼‘에 맞는다고 생각되어서’(16.1%), ‘대안적인 아이디어가 없어서’(15.3%),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5.9%) 등이었다.

이처럼 다수가 작은 결혼식을 포기하는 이유는 ‘부조금’과 직결되는 하객 수를 조정하지 못해서다. 공공기관 결혼식을 통해 검소한 예식을 치르고 싶어하는 젊은 층과 달리 그동안 냈던 축의금을 회수하고 싶어하는 양가 부모님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한국소비자원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혼자의 79.6%는 작은 결혼을 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했지만 실제 성공하는 사례는 여전히 적다. 대다수 결혼식이 하객 100~500명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하객 수가 많은 한국 결혼식의 특성상 100명 미만을 초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용인원이 100명인 서울시민청 태평홀을 결혼식 장소로 제공하는 서울시청 측은 “어렵게 심사를 통과해 장소 대관에 성공하고도 하객 수를 100명으로 맞추지 못해 식을 취소하는 경우가 있더라”며 “양가 부모님이 하객 수 조정에 실패한 경우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내에서 결혼식 장소로 대관 가능한 공공기관 39곳 중 3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곳은 5곳에 불과해 300~500명을 초대하는 경우에는 이용이 어렵다.

이마저도 사전신청 후 심사를 통과해야 대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을 이용한 작은 결혼식은 여전히 제약이 많다. 여성가족부는 이에 인기 결혼식 장소로 손꼽히는 청와대 사랑채는 매달 첫째주 주말 양일에만 가능했던 결혼식 대관을 첫째ㆍ셋째주 주말로 2회 늘리는 등 대관 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이택광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몰 웨딩’으로 알려진 국내외 유명인사의 결혼식은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 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그들처럼 펜션ㆍ저택 등을 대관하고 이동ㆍ숙박 비용을 충당할 경제력이 없다”며 “경제적 이유로 검소한 결혼식을 하는 경우는 그들의 스몰 웨딩과는 결이 다르다. 이들을 위한 색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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