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콜라이드상 수상 영예
내년 8월 영국 리버풀 FACT서 전시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과학자와 예술가는 똑같습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이디어를 내는 방식이 유사하다 못해 동일하죠”
과학과 예술,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에 대해 사실은 “똑같다”고 말한다. 바로 “창의라는 공통점” 때문이란다. 유럽 물리입자연구소(CERN)가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세계적 명성의 콜라이드상(Collide International Award)의 2016년 수상자인 김윤철(47)의 말이다.
김윤철은 전자음악 작곡가이자 시각예술가다. 동시에 한국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 ‘매터리얼리티’의 연구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작가인 셈이다. 그를 자신의 개인전 ‘자이어(Gyre)’가 열리는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 바톤 전시장에서 최근 만났다.
Yunchulkim, Gyre, 설치전경 [사진제공=갤러리바톤] |
방금 세운상가 작업실에서 넘어왔다는 작가에게선 학자와 노동자의 이미지가 동시에 보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 입자와 유체, 자기장, 납과 수은 등 물질이 지닌 성질을 연구하며 예술과 과학의 접점을 찾는 작업을 이어가기에 그의 손은 주물을 다루는 노동자처럼 뭉툭하고 거칠었다. 동시에 작품의 기초가 되는 유체역학과 과학물질에 대해 설명할 때는 학자의 깊이와 진지함이 읽혔다.
그러나 그는 이처럼 ‘멋진’ 과학에 함몰되진 않기를 바랐다. 자동차 엔진의 원리를 몰라도, 운전을 즐길 수 있는 것 처럼 말이다. “제 작품은 예술의 범주에 속합니다. 이것의 기초가 되는 과학에 함몰되지 않았으면 해요. 예를 들면,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화이트 아웃’은 우주입자 검출판을 활용한 작품인데, 작품 주변에 우주입자인 ‘뮤온’이 지나갈 때마다 소리가 나지요. 우리는 모르고 살지만 우주입자는 지구상에 수없이 떠다니거든요. 저는 우리도 우주의 한 부분이라는 ‘근원’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겁니다”
이번 전시에는 ‘과학을 몰라도 아름다움에 탄복할 수 있는’ 신작들이 나왔다. 나선형, 소용돌이를 뜻하는 ‘자이어’라는 전시제목 처럼 그가 만든 물질이 파도처럼 특수한 결을 만들며 움직인다. 서로 다른 성질의 물질이 하나의 유리관 속에서 외부의 개입 없이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작가가 창작한 독립된 세계의 시간과 공간은 관객의 시공과 다르게 움직인다. 환상적 움직임이 주는 시각적 쾌감은 덤이다.
과학을 예술로 풀어내는 작가 김윤철 [사진=헤럴드경제 DB] |
이처럼 물질로 시간과 공간을 시각적으로 선보이게 된데는 독일 유학시절 어머니가 보내주셨던 ‘가래떡’에서 기인한다. 상할 걸 알면서도 떡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항공으로 보냈던 것. 열어보면 곰팡이가 슬거나 쉬어서 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 “썩는다게 물질의 특성이죠. 시간의 흐름과 (떡이 이동한) 거리까지 다 보였어요” 원래 전자음악을 전공하던 그가 시각예술로 전환하게된 계기였다.
이후 과학과 예술을 넘나들며 작업하다 지난해 콜라이드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작가 반열에 오르게 됐다. 내년 8월엔 콜라이드상 기 수상자 3명과 함께 영국 리버풀 팩트(FACTㆍFoundation for Art and Creative Technology)에서 전시를 연다. 콜라이드상 수상에 따라 올해 초 스위스 CERN에서 석달 가까이 머물며 CERN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윤철 작가는 추계예술대와 쾰른매체예술대(Academy of Media Arts Cologne)에서 수학하고, 고등과학원 (KIAS) 초학제연구단의 책임연구원을 역임한 바 있다. 송은아트스페이스(몽환포영로전ㆍ2016), 북경 미디어아트 비엔 날레(2016), 하르트바레 미디어 예술협회(HMKV, Dortmund, 2016), 국립현대미술관(Super Natureㆍ 2014), 대안공간루프(백시ㆍ2014), 오스트리아 응용미술관(MAX, Vienna, 2013)등에서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갤러리 바톤에서의 전시는 9월 30일까지.
/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