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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연예톡톡]‘효리네민박’ 이효리가 관찰예능 수명을 늘리는 방법
엔터테인먼트| 2017-09-10 10:51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관찰예능이 대세지만 약점은 있다. 제작진의 개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매주 1시간30분 정도의 분량을 계속 만들어내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 ‘효리네 민박’처럼 스타가 운영하는 민박집의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예능은 군대속에다 카메라를 설치하는 ‘진짜 사나이‘ 같은 관찰예능보다 더 어렵다.

요가를 하고 차를 마시고 민박집 손님들과 밥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산책하고, 졸리면 잠 자고 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관찰예능 제작진도 그 고비는 6~7회쯤으로 본다. ‘삼시세끼’ 등이 시즌제 예능을 택한 것도 지루해질만 하면 끝내고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형태로 만들어지는 제작형태때문이다. ‘삼시세끼‘는 ‘1박2일’처럼 만들 수는 없다.

그런데 ‘효리네 민박’은 10일 12회가 방송된다. 그러고도 아직 시청률이나 존재감, 화제성 등에서 조금도 약화되지 않고 있다. 연예인과 비연예인 모두 잘 보인다. 이 심심하고 꾸밈없음이 오히려 환영받고 있다. 여기에는 민박집 주인 이효리의 센스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제작진은 여전히 불개입, 불간섭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지루해져도 MSG를 쳐 자극을 높이면, 조금 재미 있을지는 몰라도 관찰예능의 본질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고민을 이효리가 다 알아서 해준다. 관찰예능에서 제작진이 하는 것과 이효리가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이효리가 하는 것은 그대로 관찰예능이 된다. 이효리는 대략 2가지 정도의 방향으로 이 일을 해내고 있다.

하나는 관찰예능의 심심함을 좀 더 색다른 토크로 풀어낸다. 가령, 이상순과 좀 더 욕망에 충실한, 19금 토크를 살짝 곁들이기도 하는 식이다. 우리가 유희열이나 신동엽이 색끼발랄한 토크를 거부감 없이 인정해주듯이, 이효리의 그런 토크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런 식으로 이효리의 토크가 조금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효리 입장에서 관찰예능을 끌고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효리네민박‘의 이효리가 도시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심심함을 제공해준다고 했지만, 그것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상순이 오빠가 예능을 알겠어. 지은이 한테 부담을 줄 수도 없지. 그렇다고 민박하는 손님들에게 예능적 재미를 뽑게 할 수는 없잖아. 에이 내가 해야지” 이효리는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이효리가 심심한 관찰예능을 재밌게 늘리는 또 하나의 방식은 자연친화적인 삶, 유기농의 삶, 미니멀 라이프를 사는 이효리가 그런 환경과 어울리는 인생관, 사는 방식에 대한 성찰을 조금씩 풀어놓는 것이다. 이효리가 제주에서 여학생들이 자신은 보지 않고 아이유를 보고 대성통곡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대가 바뀌었구나"라며, 톱스타의 자리에서 조금씩 내려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 이효리가 멋있다는 생각을 안할 수 없다.

이효리의 삶은 압축 고도성장 후에 우리가 지향함직한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마음은 허하고,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만 외로운 사람들이 어떤 삶을 찾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효리의 모습이 일반 사람들과 많이 다르다고 해도 본질과 원칙에서 일치와 공감의 순간을 맞이 하게 된다.

이효리가 일체의 상업용 광고를 안찍겠다고 했지만, 대중들은 오히려 CF를 많이 찍어 그것으로 좋은 일을 하는 걸 보고싶다고 말한다. 이효리 정도면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인정해준다는 뜻일게다.

이효리가 관찰예능을 재밌게 해서 회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속에서 이효리가 삶을 대하는 자세나 방향이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기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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