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여소야대의 힘...돌파구는 정계개편?
뉴스종합| 2017-09-12 09:42
-과거 여소야대 국회 아래 정계개편은 단골 매뉴
-현 여당과 청와대, 차기 총선까지 남은 시간 고려하면 정계개편 시도 불가피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헌법재판소장의 임명동의안 부결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인사 부결은 우리 헌정사에서 종종 있어왔다.

그리고 이런 여소야대의 참사는 다시 정계 개편으로 이어지곤 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88년, 당시 집권 여당이던 민정당은 총선에서 패하며 125석 원내 제1당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나머지 의석은 야 3당이 나눠가지며 집권 여당을 압박했다. 그리고 야 3당은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안을 부결시키며 기세를 올렸다. 김이수 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를 맞은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더불어민주당과 똑 같은 모습이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집권 첫 해부터 난관에 봉착한 노 대통령과 민정당은 바로 정계 개편에 들어갔다. 3당 합당이 그것이다. 단숨에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당을 탄생시킨 청와대와 여당은 이후 비교적 순조로운 국정 운영을 펼칠 수 있었다.

정계 개편은 소수 야당의 돌파 카드로도 유효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의 기반이 됐던 ‘DJP연합’이 바로 그것이다. 정계 복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끈 새정치국민회의는 예상을 깨고 총선에서 79석 소수 정당에 머물고 만다. 김대중 정계 복귀 및 대선 출마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이 때 당 내에서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연대론이 흘러나왔고, 이를 받아드린 김 전 대통령은 1년여 간의 긴 협상 끝에 마침내 연대를 완성한다. 그리고 다음 대선에서 마침내 대통령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현 정부의 모태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좀 더 다이나믹한 정계 개편을 만들었다. 탄핵이다. 당시 야권의 반발에도 선거 지원 발언을 공공연하게 이어갔던 노 전 대통령은 마침내 야당으로부터 탄핵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국민 여론으로 뒤집었고 마침내 다음 총선에서 152석 과반수 집권 여당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정치권에서는 지금의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도 이 같은 정계 개편 카드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높은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과는 별개로, 120여석의 여당 단독으로는 국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이수 소장 동의안 처리에 앞서 여당은 나름대로 야권 설득에 나섰다고 하지만, 그 결과는 참패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집권 첫 해 청와대와 여당으로써는 많은 것을 양보하고 권력의 과실을 나눠야 하는 ‘협치’를 실천으로 온전히 옮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다음 총선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이번 부결을 계기로 여권은 정계개편의 유혹을 더 강하게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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